2016년 부커상이 못했던 일을 2024년 노벨문학상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 한강은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받았고 이번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물론 노벨상은 부커상보다 더 가치 있다고 평가된다. 다만 그렇다고 국내 독서 분위기가 달라질까.
한국 문학은 이미 변방에서 세계 주류로 진입했음이 확실하다. 한강의 영국 부커상 수상이 터닝포인트가 될 듯하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문학번역원 집계에 따르면 2016년 한강의 부커상 수상 이후 우리 작가의 국제문학상 수상은 모두 31건에 달한다. 2017년 3건이던 것이 2018년 5건, 2019년 2건, 2020년 6건, 2021년 4건, 2022년 5건, 2023년 1건, 2024년에는 노벨상을 포함해 4건이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기뻐하고만 있기는 곤란하다. 국내 출판계의 어려움은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책이 안 팔리고 읽는 사람도 줄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2023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국내 연간 책 발행 총 부수는 1990년 2억 4184만 부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 중이다. 2010년에는 1억 631만 부, 2020년 8165만 부, 2023년은 7021만 부에 불과했다. 지난해 성인 독서율은 43%에 그쳤다. 독서율은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이다. 한 해 동안 책 1권도 안 읽은 사람이 절반 이상이라는 의미다.
특히 문학 분야 발행 부수는 2014년 1518만 부에서 지난해 1043만 부로 10년 동안 31%나 줄었다. 같은 시기 전체 발행이 9417만 부에서 7021만 부로 25% 감소한 데 비해 더 큰 감소 폭이다. 문학 작품은 더 안 읽고 있는 셈이다. 이런 한국적 상황에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오히려 경이로운 이유이기도 하다.
노벨상이라는 깜짝 소식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책 읽는 대한민국’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 도서 유통 플랫폼인 예스24는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인 10월 10~16일 문학 부문 책 판매량이 한강 작품을 빼고도 지난해 동기 대비 49% 늘어났다고 전했다. 국내 도서 전체 판매량도 7% 늘었다고 하니 노벨상이 호재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이러한 들뜬 분위기를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 경영 사업 예산 등을 비롯해 이미 많이 줄어든 책 관련 정부 예산도 회복시켜야 한다. 책은 OTT나 숏폼 등도 포함한 문화 콘텐츠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국가적인 책 읽는 분위기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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