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간) 미 대선 경합주 미시간주의 최대 도시 디트로이트를 찾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디트로이트 대 모두(Detroit vs. Everybody)’라는 문구가 적힌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유세전을 펼쳤다. 자동차와 음악 산업을 혁신한 디트로이트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이 문구를 내세운 것은 최근 디트로이트 비하 논란을 일으킨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행보다. 트럼프는 앞서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전체가 디트로이트처럼 엉망진창이 될 것”이라고 말해 거센 논란을 촉발했다.
미 대선을 불과 2주 앞둔 주말 해리스는 미시간과 조지아에서, 트럼프는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에서 각각 유세전을 펼쳤다. 이들 지역은 모두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경합주다. 미시간은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2016년에는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꺾은 곳이다. 특히 미국 자동차 산업의 거점인 동시에 아랍계 인구가 많은 곳으로 두 후보는 자동차 산업 정책과 중동 문제 등을 놓고 격돌했다.
해리스는 전날 미시간주 랜싱의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노조 회관을 찾아 “트럼프 재임 시 미시간에서 수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6곳의 자동차 공장이 폐쇄됐다”며 “자동차 산업에 대한 그의 실적은 재앙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세 도중 영상을 틀었는데 트럼프가 초과 근무 수당에 대해 불평하는 모습, 미국 자동차 노동자의 일을 어린 아이들도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해리스는 트럼프에 대해 “그는 노동자의 친구가 절대 아니다. 억만장자들의 친구”라고 직격했다.
트럼프는 전날 디트로이트 유세에서 “내가 퇴임하고 나서 미국 자동차 판매가 38%나 감소했다”면서 “해리스 (정부) 아래에서 디트로이트는 외국 군대에 의한 것처럼 초토화됐고 공장은 폐허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리스의 부자 증세 공약 등을 언급하며 “100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디트로이트는 경제적으로 아마겟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철강 도시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은 트럼프는 자신을 ‘철강 산업의 구세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40만 명에 달하는 미시간주 아랍계의 민심을 잡기 위한 물밑 경쟁도 펼쳐졌다. 트럼프는 디트로이트 인근 소도시 햄트램크를 예고 없이 방문했는데 아랍계 인구가 많고 민주당 소속 아랍계 시장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곳이다. 트럼프는 이곳에서 “아랍계 미국인은 해리스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해리스는 미시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집회에서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의 죽음을 언급하며 “중동 사태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며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와 가자지구의 고통과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 대선을 좌우할 주요 경합주에서 사전투표율(우편 투표+대면 투표)이 예상을 웃돌면서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지아의 경우 이날 기준 등록 유권자 700만 명 가운데 약 126만 명이 투표해 투표율이 17%를 넘어섰다. 미시간(12%), 노스캐롤라이나(12%), 펜실베이니아(10%) 등이 모두 투표율이 10%를 돌파했다. 통상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도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만큼 표심의 향방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해리스는 이날 “선거가 지금 바로 여기 있다”며 지지층을 향해 사전투표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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