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파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북한의 지원을 “사실상 참전”으로 규정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러시아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도 북한과 전방위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장비뿐만 아니라 전장에 배치될 군인들을 보내고 있다는 위성·영상 증거가 충분하다면서 “북한이 현대전에 숙련되면 모든 나라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러 협력에 대해 눈을 감지 않고 솔직히 말하는 국가 지도자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우리는 이것과 관련해 우리의 파트너들이 더욱 정상적이고 훨씬 솔직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의 파병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제2의 국가가 참전한 것으로 규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참전하기 위해 러시아에 군을 보냈다는 보도에 대해 "서로 상충하는 정보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한 가지를 말하고 미국 국방부는 그러한 발언에 대해 확인하지 못한다고 한다"며 "모순되는 정보가 많다는 것은 우리가 이를 어떻게 취급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북한은 러시아의 가까운 이웃이자 파트너로, 관계가 모든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협력은 제3국을 겨냥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우려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이 협력을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계에서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레드 라인’을 넘는 행위라며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든, 우크라이나 영토로 진입하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레드 라인이 돼야 한다”며 백악관의 즉각적인 기밀 브리핑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전날 “확인할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우려된다”고만 밝혔다. 일각에서는 파병을 공식화할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군 파병으로 전 세계가 긴장한 가운데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북한을 포함한 최빈국 용병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는 출산 장려 정책에도 출산율 저하를 막지 못했다”면서 북한군 파병의 현실적 이유로 러시아의 군 병력을 포함한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꼽았다. 미국 경제지 포춘도 “러시아 경제의 붕괴를 앞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군에 기대고 있다”며 “북한군 파병 소식은 러시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인력난을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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