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애플 고위 임원의 퇴사가 줄을 잇고 있다. 애플카, 비전 프로처럼 실패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기업 전반의 균열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을 이끌어온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을 놓고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애플 리더십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어오고 있다는 평가다.
2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캐롤 서피스 애플 최고인사책임자(CPO)와 쇼어드 게링 최고채용책임자가 잇따라 사표를 냈다. 표면적으로는 동반 사표에 가깝지만 실제로는 부하 직원과 잦은 마찰로 인사 조직 내 연달아 이직이 발생해 서피스가 ‘문책성 사표’를 내게 됐다는 후문이다.
인재를 채용하고 지켜내야 할 인사 조직에서 ‘탈출 러시’가 벌어진 셈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몇 달 동안 인사 조직에서 많은 직원들이 떠났다”며 “직원들은 서피스가 때로 직원들에게 불쾌감을 줬고 결과적으로 인사팀 전체가 기능 장애에 빠졌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올해 애플은 인사 조직 밖에서도 부쩍 고위직 퇴사가 많았다. 10년간 공을 들인 애플카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야심차게 출시한 혼합현실(MR) 기기 ‘비전 프로’가 실패하면서 해당 조직에서 이탈이 많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1월에는 애플카 개발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진 DJ 노보트니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퇴사했고 사오리 케이시 재무 담당 부사장도 회사를 떠났다. 4월에는 비전 프로 마케팅을 이끌던 프랭크 카사노바가 은퇴했다. 이달에는 아이패드·에어팟 개발 공신이자 비전 프로 개발을 주도했던 댄 리치오 부사장이 퇴사했다. 카사노바는 36년, 리치오는 26년간 애플에 재직해온 인물인 만큼 사내 충격이 컸다.
2011년부터 13년간 애플을 이끌어온 쿡 CEO의 후계자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쿡 CEO 임기는 내년까지로 이후 애플은 새 CEO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쿡 CEO가 한 인터뷰에서 은퇴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후계자로는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존 테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이 거론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윌리엄스지만 61세로 나이가 많다는 것이 약점이다.
쿡 CEO가 은퇴한다면 대대적인 리더십 변화가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고위직 내 인종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실리콘밸리 기업 중에서도 기형적일 정도로 비(非)백인·여성 고위 임원진이 드물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다양성을 강조해왔던 만큼 의아한 대목이다. 실제 애플 고위 임원진 20명 가운데 중화권을 담당하는 중국계 이사벨 게 마헤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백인이다. 여성도 사퇴한 서피스를 포함해 6명에 불과하다.
애플과 시총을 두고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엔비디아·AMD 등 빅테크는 CEO부터 동양계다. 메타와 인텔 등도 고위 임원진 중 유색인종·여성 비중이 높다. 메타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제품책임자가 동양계 여성이고 다양성책임자는 흑인 여성이다. 인텔은 고위 리더 16명 중 7명이 여성·유색인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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