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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땅' 그때 분명히 환수했는데"…이제 보니 다시 친일파 후손에, 왜?

고영희·신우선 후손, 환수 토지 다시 매입

보훈부 “매수자 자격 제한 규정 만들 것”

연합뉴스




2005년 제정된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국가에 환수된 친일파 재산 일부가 수의계약 형태로 친일파 후손들에게 다시 넘어갔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것인데, 귀속재산 관리의 실질적 책임을 가진 국가보훈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뒤늦게 친일재산귀속법이 통과되면서 고영희 일가 땅 44만㎡가 차례로 국가에 환수됐다.

일제 침탈기 시절 지금의 기재부 장관급인 고영희는 한일병합에 가담한 공로로 일제로부터 작위와 10만엔, 현재 가치 25억여 원을 하사받았다. 아들 땐 자작에서 백작으로 승급하는 등 4대에 걸쳐 일제에 협력하고 부를 축적한 바 있다.

고영희의 땅 중에서도 15년 전 환수된 충남 예산 땅 부지에 있는 창고 세 동은 환수 대상에서 빠졌다. 일제 침탈 시기 얻은 재산이란 점을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 창고 세 동 가운데 두 동은 사실상 형태만 남아 있고, 한 동은 초목에 뒤덮여 방치돼 있다.



그런데 지난달 창고용지 세 필지, 1400㎡를 친일파 고영희의 직계 후손이 7600여만 원에 되사간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넘어갔는데, 후손 고씨 명의 창고가 땅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땅을 되팔기 좋게 사실상 특혜를 준 것이라는 게 친일파 재산조사에 참여했던 전직 조사관의 반응이다.

또 친일파 신우선의 친일재산으로 2009년 환수된 경기도 고양시 임야 역시 2년 만에 당시 신우선의 17살 후손에게 수의 계약으로 400여만 원에 팔렸다. 이번엔 묘소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정작 후손 신 씨는 몇 년 뒤 3700만 원, 9배 비싼 값에 팔아 치웠다.

지난 2009년부터 수의 계약으로 팔린 친일 귀속재산 341건을 전수 조사결과 최소 친일파 7명의 재산 12필지, 1만3000여 제곱미터가 건물과 묘소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후손에게 다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일자 보훈부는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친일파 자손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매수자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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