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부터 시작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합동 연차총회’를 앞두고 주요 국가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미 워싱턴 DC로 속속 집결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차총회의 최대 화두는 ‘트럼프 리스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는 11월 5일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전 세계 경제가 또 한번 메가톤급 충격에 휩싸일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이션 둔화로 연착륙의 길이 열리면서 세계 경제는 예상치 못한 순풍을 맞고 있지만 정치적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면서 “결과에 따라 전 세계에 극명하게 다른 영향을 끼칠 미 대선이 경제 전망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미 연방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채와 중동 전쟁 격화,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해협에서의 갈등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이번 연차총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총재는 앞서 “(인플레와의 전쟁에서) 승리의 파티를 기대하지 말라”면서 “저는 참석자들이 다소 겁을 먹고 이곳을 떠나고, 겁을 먹어서 행동에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높은 관세 정책을 지목하면서 “이미 미지근한 세계 경제에 차가운 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표상으로 보면 세계 경제는 그다지 암울하지 않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성장률 3.3%보다는 낮으나, 연초 예측보다는 상향된 것이다. 미국의 소비·고용 지표가 여전히 견고하고 중국 역시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한 경기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전 세계 경제는 조만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면서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경제·외교 정책의 전면에 ‘고율 관세’를 내걸고 있는 트럼프는 이미 보편적 기본관세 10%와 중국산 제품 관세 60%를 공언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관세가 높을 수록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을 위해 관세를 무기로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이 실현될 경우 미국 경제가 가장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면서 무역 전쟁이 벌어질 경우 2028년까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8% 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비해 절반 수준의 타격을 받고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의 받는 피해는 더 적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동 전쟁과 막대한 국가 부채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중동 사태가 이란과 이스라엘의 확전으로 번지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올해 4분기동안 전 세계 성장률도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IMF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 국가 부채가 100조 달러를 돌파해 GDP의 93%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가가 차입을 안정화하기 위해 고통스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 재무부도 최근 미 연방정부 부채 이자 비용 부담이 28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고 보고했는데, 이 역시 미국의 재정 여력을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차총회에 모이는 각국의 경제 수장들도 미 대선 변수 및 지정학적 갈등과 공공 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질 않는다. 피터 프랫 전 유럽중앙은행(ECB) 경제학자는 “붕괴되는 세상에서 어떻게 연착륙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미국이나 어떤 경제도 현 환경에서 연착륙은 어렵다.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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