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외부의 핵 공격을 가정해 자국 통신 장비들을 테스트한 결과 건재함을 확인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SCMP는 중국 학술지인 ‘무선통신기술’에 실린 심사평가 논문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고고도 전자기펄스(HEMP)로 알려진 핵무기 공격을 상정해 중국의 데이터 송수신용 통신 장비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했다. HEMP는 30㎞ 이상 고고도인 성층권에서 핵폭탄이 폭발했을 때 방출되는 감마선이 지구 대기층을 통과해 대기 입자와 충돌할 때 방출되는 전자기파를 이른다. HEMP를 통한 핵 공격은 건물 등 지상에 피해를 주지 않지만 저궤도 위성과 지상 통신 장비 등 전자 장비에 광범위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중국은 시험에서 통신 장비가 견뎌야하는 전기장의 기준치를 80킬로볼트(kv)로 높여 진행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모두 HEMP 방지 통신 장비의 기준치를 최대 50kv로 규정하고 있다. 시험 결과 중국의 통신 장비들은 무사했으며 데이터 송수신 통신망 역시 피격 후 잠시 중단되긴 했지만 빠르게 복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시험의 정확한 시행 시기와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중국 인민해방군의 네트워크망은 국영 방산업체인 중국전자기술집단공사(CETC)가 맡고 있어 CETC가 이번 시험을 주도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의 이같은 핵 공격 가정 시험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핵 전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실시됐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은 모두 최근 전략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실시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달 25일 태평양 공해 해역으로 훈련용 모의 탄두를 탑재한 ICBM 1발을 발사했고, 목표 해역에 정확하게 탄착시켰다고 밝혔다. 해당 ICBM은 미국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 1만 2000㎞의 둥펑(DF)-31AG로 2017년 중국 인민해방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때 공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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