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자금줄로 의심되는 베이루트의 금융기관을 공습했다.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수장을 제거한 이스라엘은 잔존 세력들의 씨를 말리기 위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CNN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이날 저녁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있는 헤즈볼라와 연계된 금융기관 ‘알카르드 알하산(아랍어로 자비로운 대출)’ 지부 세 곳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맞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로켓 약 200발을 발사하며 반격했다.
1983년에 설립된 알카르드 알하산은 레바논에 기반을 둔 비영리 금융기관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시아파 신도들을 상대로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 명목상 설립 취지이지만 이스라엘 국방부는 사실상 헤즈볼라가 이 기관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스라엘 고위 정보 당국자는 미국의소리(VOA)에 “(이스라엘의 공습은) 헤즈볼라가 종전 후 재건할 수 있는 경제 능력을 겨냥한 공격”이라고 설명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헤즈볼라가 붕괴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이스라엘 북부 지역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헤즈볼라) 지역을 완전히 청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만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채 헤즈볼라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인터넷 전문 매체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주 미국에 레바논 종전을 위한 요구 사항이 담긴 문서를 전달했다. 헤즈볼라가 국경 근처에서 군사 인프라를 재건하지 못하도록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공 등에서 자유롭게 작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요구를 레바논과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행정부가 제기한 문제를 고려하지만 결국 국익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만류에도 헤즈볼라와 가자지구 공습, 나아가 이란 보복 계획도 이스라엘 뜻대로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아 신와르의 사망 이후에도 가자지구 내 하마스 잔존 세력을 향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날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 등에 대한 이스라엘군(IDF)의 공격으로 10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투로 IDF의 고위 사령관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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