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를 선거판에 끌어들였다. 미국인 8명 중 1명이 맥도날드에서 일해본 적이 있을 정도로 맥도날드는 미국 서민 문화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대선을 불과 2주 앞둔 가운데 서민 친화적 이미지를 드러내 한 표라도 확보하려는 안간힘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20일(현지 시간) 대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맥도날드 매장을 찾아 정장 재킷을 벗고 앞치마를 둘렀다. 이어 감자튀김을 만들고 드라이브스루에서 음식을 나눠줬다. 트럼프는 재임 기간에도 풋볼 우승팀을 초청한 식사 자리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내놓는 등 유별난 맥도날드 사랑을 드러냈다. 다만 이날 행사는 사전에 기획된 것으로 드라이브스루를 통과한 고객도 트럼프 캠프에서 미리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고객들은 기다리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을 외쳤다. NBC방송은 “트럼프가 감자튀김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의 이날 행보는 ‘억만장자’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친서민’으로 포장하는 동시에 ‘중산층 대통령’을 표방하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흠집 내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트럼프는 일일 아르바이트에 앞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나는 항상 이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한번도 못했다”면서 “나는 맥도날드에서 일했다는 사람과 경쟁하고 있지만 그것은 완전히 거짓말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7월 등판 후 맥도날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 등을 부각하며 자신이 미국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을 대변한다고 강조해왔다. 해리스 선거 캠프 관계자는 해리스가 하워드대 재학 시절인 1983년 캘리포니아 앨러미다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도 “우리는 맥도날드에 확인했으며 그들은 ‘거짓말쟁이’ 해리스가 그곳에서 일한 어떤 기록도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이날 조지아주 스톤크레스트에 있는 흑인 교회에서 ‘핑크선데이’ 예배를 드렸다. 핑크선데이 예배란 유방암에 걸렸다가 완치한 사람들을 기리는 날이다. 핑크색 블라우스를 입은 해리스는 트럼프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이 순간 우리나라 전역에서 분열을 심화하고, 혐오를 확산하며, 공포를 조장하고, 혼동을 일으키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고 직격했다.
이날 해리스가 60세 생일을 맞은 가운데 그녀를 지지하는 전설적인 흑인 뮤지션 스티비 원더도 예배에 참석해 노래를 불렀다.
해리스는 이달 24일 조지아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26일에는 미시간에서 미셸 오바마 여사와 공동 유세에 나선다. 트럼프 역시 껄끄러운 관계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지원군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한편 이날 기준 정치 전문 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의 대선 예측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이 52%로 해리스(42%)를 10%포인트나 앞질렀다. 해당 분석에서 트럼프가 앞선 것은 8월 말 이후 처음이다. 더힐은 “해리스에게 기울었던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면서 “주요 경합주 가운데 유일하게 펜실베이니아만이 해리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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