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예고대로 21일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5% 안팎’인 올해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중국은 ‘바오우(5%대 성장률 유지)’에 실패해 일본식 저성장 장기 불황에 빠질 경우 자칫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 이후 후속 조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에 달하는 재정을 투입해 경제 안정화에 나섰다. 근본적 체질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은 경기 부양책은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중국 정부가 시행한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으로 은행 대출은 크게 늘었다. 제조업 부문의 과잉 생산력, 지방정부의 부채 급증, 지방 도시의 부동산 거품 등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중국의 외형 성장에 가려진 채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간주됐다.
수면 아래 가려졌던 불안 요소는 중국의 경제위기로 다시금 불거졌다. 올 들어 중국 정부가 잇따라 내놓는 경기 부양책의 원인과 해법이 당시부터 이어져온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다. 5% 안팎이라는 상징적인 성장률 달성 못지않게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당국의 경기 부양책에 공통적으로 담긴 메시지다.
이를 통해 자칫 일본식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과거 일본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시작해 은행 부실 대출 누적, 대출 기피로 인한 기업과 가계의 부실 악화,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실물경제의 장기 불황을 복합적으로 경험했다. 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중국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 부동산 중심의 경제성장 고리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상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 사무소장은 “중국 정부가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을 중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5% 성장률에 못 미치더라도 현재의 방향이 건전한 발전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짚었다.
글로벌 지형 변화도 중국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의 과잉생산을 경계하는 미국·유럽연합(EU) 등이 관세를 무기로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에 나서자 중국은 내수를 확대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수출 의존도를 낮춰 무역·투자·소비를 아우르는 ‘쌍순환’ 정책으로 경제 체질 변화에 나서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기에는 너무 큰 규모이며 소비자 중심의 경제모델로 전환하지 않으면 위험할 정도로 느린 성장에 직면할 것”이라며 최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제정책의 실패가 최고 지도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국 당국은 경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시 주석은 집권 3기를 맞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모두 자신의 최측근으로만 배치해 사실상 1인 천하를 구축하고, 경제정책도 사실상 시 주석이 주도하고 있다. 경제 둔화에 따른 정책 실패 책임 역시 시 주석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만큼 경제 분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입장이다.
이날 LPR 인하로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당장 시장의 숨통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25일부터 기존 주택담보대출자의 금리가 인하(LPR -0.3%포인트)되고 소비 여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중국은 최대 쇼핑 축제인 ‘솽스이’가 일찌감치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일련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중간 평가를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조만간 중국 정부가 향후 3년간 6조 위안(약 1150조 원)의 특별 국채 발행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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