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068270)이 개발한 첫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이 다음달 공개된다.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ADC는 현재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차세대 항암 기술이다. 내년부터 임상 시험에 돌입해 2029년 상업화를 완료하는 것이 셀트리온의 목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다음달 4~7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월드 ADC’에서 ADC 신약 후보물질의 비임상 결과를 포스터 발표한다. ADC는 암세포 표면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유도장치)와 약물(폭탄)을 링커로 연결해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이후 동남아에서 열리는 글로벌 투자 콘퍼런스에서 셀트리온의 ADC 개발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셀트리온의 첫 ADC는 국내 바이오 벤처인 피노바이오와 협력해 개발한 고형암 치료제다. 셀트리온은 2022년 피노바이오와 총 12억 428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 규모의 플랫폼 기술실시 계약을 맺고 최대 15개 표적 단백질(타깃)에 ADC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피노바이오는 지난달 셀트리온에서 첫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타깃 2종에 대한 독점 개발 옵션을 발동했다는 의미다.
셀트리온의 강점은 ADC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항체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등 항체 바이오시밀러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항체 치료제인 ‘렉키로나’를 신약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DC 개발 후보를 15개나 확보한 것은 셀트리온이 보유한 항체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의미”라며 “경쟁력 있는 약물과 링커에 결합하면 계열 내 최고신약(Best-in-Class)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내년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 뒤 임상 1상에 들어간다. ADC 특화 기업인 중국 우시XDC가 임상 시험용 후보물질 생산을 담당한다. 2029년까지 ADC 신약 3종, 다중항체 신약 3종의 상업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신약 매출의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리가켐바이오(141080),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앱티스, 인투셀 등은 월드 ADC에서 구두 발표를 맡았다. 내년부터 ADC 생산을 본격화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에 두 번째로 월드 ADC에 참가해 위탁개발생산(CDMO) 서비스 홍보와 고객 확보에 나선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ADC 개발 전략과 파이프라인을 공개하고 앱티스는 내년 임상 진입을 앞둔 ADC 기반 항암제 ‘AT-211’ 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의 투자를 받아 유명해진 에임드바이오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도 ‘ADC 개발 및 안전 관리에 관한 임상의의 관점’을 주제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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