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하루에만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 3개 주를 도는 강행군을 하며 중도 보수층 공략에 나섰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허리케인이 할퀴고 간 노스캐롤라이나를 찾아 특유의 ‘선동 정치’를 이어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대선 예측 모델을 토대로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54%를 기록해 2개월 만에 해리스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21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주 말번, 미시간주 오클랜드, 위스콘신주 브룩필드를 찾아 유권자와 타운홀미팅을 하며 ‘블루월(민주당 강세 지역)’ 사수에 나섰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전 비서실장, 두 명의 국방장관, 부통령까지 그가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고 위험하다고 증언했다”며 “그의 전 합참의장, 군 장성들은 트럼프가 ‘파시스트’라고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표적 보수주의자인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도 이날 해리스와 3개 주를 돌았다. 체니는 중도 공화당원들을 겨냥해 눈치 보지 말고 양심에 따라 해리스에 투표하라고 촉구했다. 체니의 아버지 딕 체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냈다. WP는 해리스와 체니의 합동 유세에 대해 “온건파 공화당원과 무소속 유권자의 표를 가져오기 위한 해리스 캠프의 다급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허리케인 ‘헐린’이 쓸고 지나간 노스캐롤라이나 서부 스와나노아를 찾아 연방 재난관리청(FEMA) 예산에 대해 “FEMA는 수백만 달러의 돈을 다른 일을 하는 데 썼다”며 “그들은 불법 이민자를 수용하는 데 돈을 쓰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NN은 “FEMA의 재난구호 자금과 이주민 대피소에 대한 긴급 자금은 별도로 운용된다”며 “트럼프가 이달 초에 한 거짓 주장을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 콩코드에서 진행한 기독교계 지도자 만남 행사에"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모든 공립학교에서 성 전환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장려할 것"이라며 보수적인 기독교인의 표심을 자극했다.
이런 가운데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벌써부터 대선 불복 의사를 나타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 공공종교연구소(PRRI)의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19%가 “트럼프가 패할 경우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고 민주당원의 12%도 해리스가 패할 경우 거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공화당원 29%는 “진정한 애국자라면 나라를 구하기 위해 폭력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정치 폭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사는 18세 이상의 미국인 성인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올 8월 16일부터 9월 4일까지 진행됐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대선 예측 모델에서 트럼프가 27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승리할 것이라고 봤다. 538명의 선거인단 중 트럼프가 승리하기 위한 매직넘버 ‘270명’을 넘는 276명을 확보하는 반면 해리스는 262명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에 베팅하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 시 ‘고율의 관세 부과→미국 물가 상승→금리 인하 지연’ 흐름이 강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1일 한때 104.1까지 올라 두 달여 만에 104를 돌파했다. 이날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22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4.2%를 넘어서며 약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대선 불확실성에 국제 금값도 21일 장중 온스당 2740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가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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