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빈손 회동’을 가진 후 여권의 내홍이 되레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은 윤·한 면담 다음 날인 22일 서로 유리한 내용을 언론에 알리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한 대표는 ‘81분 면담’에서 대통령실 참모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 활동 잠정 중단, 의혹 규명 적극 협조 등 ‘3대 요구’를 건의했지만 윤 대통령은 사실상 모두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한 면담 결과에 실망한 한 대표는 22일 인천 강화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윤 대통령 설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경제·안보 복합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지금 당정이 분열을 더 키워서는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우리나라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2.0%에 그쳐 2.1%로 올라선 미국에 200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삼성전자는 D램 등 메모리 분야의 겨울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으로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다 미국은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이라면 이는 위험하고 매우 우려되는 발전이자 깊어진 북러 군사 관계를 시사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러시아의 북한 핵·미사일의 고도화 지원으로 북한의 더 큰 도발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내분을 멈추고 경제·안보의 복합 위기 차단에 힘을 모아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20% 초반에서 맴돌고 야권의 폭로전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데 자중지란을 벌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증폭되는 복합 위기를 돌파하려면 국정의 전면적인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 윤 대통령은 더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자제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여권에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고 국정 동력을 되살려 연금·노동·교육·의료 등 4대 구조 개혁을 추진할 수 있고 경제·안보 리스크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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