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프로배구 선수가 미성년자를 폭행하고 돈을 갈취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마용주 한창훈 김우진)는 폭행, 공갈,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프로배구 선수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6월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보다 감형됐다. 형이 다소 무겁고 2000만 원을 공탁했다는 이유에서다.
20대 A씨는 지난해 배구동호회에서 미성년자 B군을 알게 됐다. A씨는 올해 1월 약속을 지키지 않고 뒷담화를 했다는 이유로 B군을 여러 차례 때린 혐의를 받는다. 식비 변상 등의 명목으로 20만 원을 뺏은 혐의도 있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새벽에 B군을 자신의 차에 태워 끌고 다니며 4시간가량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의 한 공원에서는 폭행 후 원산폭격(뒷짐 진 채 엎드려 머리로만 바닥을 지탱하는 자세)을 시켰고 인근 성당에서는 B군을 주저앉히고 머리와 몸통을 여러 번 걷어차기도 했다.
B군은 ‘외상성 경막하 출혈(뇌 경막 아래 공간에 발생하는 출혈)’을 진단받고 전치 90일에 해당하는 중상해를 입었다. A씨는 B군의 부친에게 거짓 이유를 대며 200만 원을 요구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수사기관에 “정신 차리라고 했다(때렸다)”, “동의 없이 때린 적 없다”, “B 군이 안 좋은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피해를 당한 것 같다” 등의 변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현장에 있던 제3자와 입을 맞춰 책임을 회피하려 한 정황도 밝혀졌다.
재판부는 “범행이 잔혹하고 피해자가 어린 점 등에 비추면 죄질이 불량하다”며 “무참한 폭행과 협박 속에서 미성년자가 겪었을 고통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 이후에도 수사기관에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 정황도 있다”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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