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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지금의 한강이 탄생하기까지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주말이면 으레 뚝섬한강공원에 간다. 거창한 준비물은 없어도 된다. 돗자리와 캠핑 의자면 그만이다. 아내와 세 아이를 차에 태워 10분만 달리면 금세 푸른 물결에 닿는다. 음악 분수에 취하면 시간이 화살 같다. 야경 속에서 펼쳐지는 드론쇼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피아노에 앉은 아이들은 마음만은 조성진이다. 때로는 동네 학부모들과 둘러앉아 맥주잔 기울이며 사는 얘기를 나눈다. 평화로운 일상이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혹자는 말한다. 본래 한강이 이랬다고. 사실이 아니다. 행정이 역량을 발휘한 결과다. 2008년 4월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강 둔치에서 열린 생태공원 착공식에서 “한강 르네상스를 통해 변하는 한강의 모습을 시민들도 체감하게 될 것”이라 했다. 실로 그랬다. 한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콘크리트 인공 호안은 자취를 감췄다. 콘크리트를 걷어낸 자리는 흙과 모래를 깔고 수생식물을 심어 자연형 호안으로 복원했다. 샛강과 강서습지를 비롯해 여의도공원의 6.5배에 이르는 151만 ㎡ 규모 생태공원도 조성했다. 여기에 보행 접근성을 강화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시민의 휴식 공간을 창출했다.



결과는 돋보였다. 2007년 1608종이던 한강 생물종은 2022년 2062종으로 늘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삵·맹꽁이,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수리부엉이의 서식이 확인됐다. 서울시 보호야생생물종인 오색딱따구리와 청딱따구리·흰눈썹황금새도 나타났다. 그중 샛강생태공원은 수달과 새매·무당새 등 동물 43종과 은사시나무 등 식물 106종이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 가면 울창한 하천숲을 유유히 거니는 느낌이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한강 르네상스가 첫발을 뗀 십수 년 전에는 분위기가 사나웠다. 기록으로 남은 환경단체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생태계 복원을 소홀히 다루고’ ‘자연형 호안은 급격히 침식할 것이며’ ‘물고기와 새가 등장하지 않는 하천 개발 계획’이라는 것이다. 결과는 앞서 밝힌 그대로다. 환경단체가 이상으로 삼아온 한강의 모습이 보란 듯이 구현됐다. 하지만 환경단체가 한강의 자연성 회복을 환영한다고 논평을 냈다는 소식은 들은 기억이 없다. 몰라서 그러는지, 일부러 그러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요즘 한강공원에 가면 외국인이 비약적으로 늘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능숙한 젓가락질로 편의점 라면을 즐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문화의 세계화가 꼭 웅장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쌓인 한강 콘텐츠에서는 생태와 관광의 조화를 발견한다. 냉소에도 기어이 지켜낸 한강 르네상스가 자연은 물론 매력까지 살려냈다. 도시 혁신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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