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대법원이 2022년 6월 돕스 판결을 통해 낙태(임신중지)를 여성의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했던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한 이후, 예상보다 수백 명 많은 영아가 사망했으며 사망한 영아의 대다수는 선천적 이상 또는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고 CNN이 보도했다.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된 마리아 길로 오하이오주립대 공중보건대학 교수가 이끈 연구진의 관련 논문에는 임신중지권 폐기 판결 이후 18개월 동안의 영아 사망률을 이전의 추세와 비교한 내용이 담겼다.
연구팀은 판결 이후 몇달간 영아 사망률이 평소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2022년 10월, 지난해 3월과 4월의 영아 사망률은 평소보다 약 7% 높았다. 이 기간 매월 247명의 영아가 추가로 사망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대학의 역학 조교수 파르바티 싱 박사는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사망률은 모든 건강 상태의 궁극적인 결과이며, 근원적인 질병과 어려움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CNN은 지난 7월 텍사스주 보건서비스부에 요청해 입수한 영아 사망률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2022년 텍사스에서 전년 대비 11.5% 증가한 227명의 영아가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심각한 유전 및 선천적 결함으로 인한 영아 사망률은 같은 기간 21.6%나 급증했다.
사만다 카시아노라는 이름의 여성은 임신 20주차에 아기가 선천적 기형 질환인 ‘무뇌증’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아기가 사산되거나 출생 직후 사망할 것이라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임신을 견뎌야 한다”고 전했다.
카시아노는 임신중지가 합법인 다른 주로 수술을 받으러 갈 여유가 없었고, 결국 그는 지난 3월 딸 헤일로를 낳았다. 세상에 나온 딸은 4시간 동안 숨을 헐떡이다 끝내 숨졌다. 카시아노는 당시 텍사스에 거주했는데, 텍사스주는 2021년 임신 6주 이상 임신부의 임신중지를 금지했다. 이듬해 연방 대법원이 임신중지권을 폐기하자 산모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했다.
의사 2명을 포함해 14명과 함께 텍사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카시아노는 증언대에서 “나는 내 딸이 분홍색에서 빨간색으로, 그리고 보라색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며 “임신중지를 할 수 있었다면 딸은 고통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임신중지가 금지된 주에서 출생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는데, 전문가들은 선천적 기형을 가진 태아를 만삭까지 임신한 여성의 수가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카시아노처럼 기형아에 대한 임신중지 수술을 받지 못해 출산에 이르는 경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신중지 금지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산모와 아기 모두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시마 우파디아이 캘리포니아대 산부인과 및 생식과학과 부교수는 “임신을 원했든 원치 않았든, 우리는 이 경우의 다수가 임신중지 수술이 가능했다면 임신중지에 그쳤을 임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임신부의 행복은 임신의 행복과 불가분한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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