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목요일 아침에] 全·盧 비자금의 추억

YS정부 5·6공 비자금 수사 ‘미완성’

최태원·노소영 이혼재판서 재소환

수사 안된 의혹의 실체 규명 관건

전·노 비자금 전모 철저 수사·추징을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김영삼(YS) 정부 시절인 1995년 10월 19일 당시 민주당의 박계동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128억 원이 예치된 은행예금 조회표를 흔들었다. 그는 “전직 대통령 4000억 원 비자금의 실체”라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6공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다. 그해 8월 서석재 총무처 장관이 ‘전직 대통령 4000억 원 가명 계좌 보유’를 주장한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실명을 들어 직격한 것이다. 국민 여론이 들끓었고 노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어 12·12군사쿠데타와 5·18광주민주화운동 탄압, 5공 비자금의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발뺌하다가 구속에 앞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통치 자금’이라며 5000억 원의 비자금을 털어놓았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4500억~4600억 원의 비자금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중간 수사 발표에서 비자금 규모가 ‘9500억 원+α’라고 설명했지만 7000억 원의 비자금을 통치 자금으로 간주해 기소하지 않았다. 이는 검찰 재직 시 5·18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총괄했던 최환 변호사의 회고에서도 재차 확인된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2013년 2628억 원의 추징금을 완납했으나 전 전 대통령은 전체 추징금의 40%가 넘는 923억 원을 미납해 지탄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추징금 완납으로 끝날 것 같았던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논란이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태원 SK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재소환됐다. 올 5월 말 항소심에서 법원이 노 전 대통령 측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에 흘러가 성장의 발판이 됐다는 이유 등을 들어 최 회장에게 무려 1조 3808억 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는 재산 분할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항소심에 앞서 노 관장은 어머니인 김옥숙 여사가 20여 년 전에 자금을 맡겼다는 인물들과 액수를 적은 메모 2장과 선경건설이 발행한 약속어음 50억 원짜리 6장 사진을 제출했다. 1심 재판부가 665억 원의 재산을 분할하라며 최 회장 손을 들어줬던 것과 상반된 항소심 판결이 나온 것은 김 여사의 메모와 약속어음 사진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 돈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서는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소송 결과에 따라 SK 거버넌스 체계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대법원이 최 회장의 상고를 받아들여 심리를 속행한다면 2심 재판부가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던 300억 원 약속어음의 실체 등에 관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SK 측은 약속어음의 경우 노 대통령 퇴임 이후 주겠다고 약속한 돈이라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약속어음의 출처가 비자금이라면 민법상 ‘불법원인급여(不法原因給與)’에 해당돼 후손이 수익을 누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YS 정부 당시 노태우 비자금 수사가 수뢰에 초점이 맞춰진 데다 ‘김옥숙 비자금’은 타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노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은 정치권에서도 이슈로 떠올랐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은 검찰 진술서, 국세청 확인 자료 등 증거가 있는 사안”이라며 차명 계좌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심우정 검찰총장은 “고발장이 3건 접수돼 있는데 수사팀에서 관련 법리 등 여러 검토를 거치고 있다”고 답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등에도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를 담은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심 총장도 국감장에서 공감을 표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재산을 보유하고도 추징금조차 완납하지 않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전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폭로한 ‘전두환 비자금’에 대해 검찰이 수사한다고 했으나 진척된 게 별로 없다. 만시지탄이지만 전·노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의 실체가 밝혀져 철저한 환수가 이뤄졌으면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