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공식 인정한 가운데 파병된 북한군 병력이 곧 동부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요 격전지 중 하나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사이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 내부에서는 군인 가족들을 중심으로 파병 소식이 확산하자 북측이 파병 군인 가족을 격리하는 등 내부통제에 나선 동향도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RBC우크라이나는 2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군이 23일 러시아 동부 쿠르스크 지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동쪽 접경지인 러시아 쿠르스크는 8월 우크라이나군이 일부를 점령하면서 양측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무력 충돌이 조만간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북한군 병력은 러시아 군대를 도와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쿠르스크 지역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쿠르스크에 투입될 북한군 규모와 무기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북한의 파병에 대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에게서 보고 받았다며 “6000명씩 2개 여단이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군이 현 상황에서 전선에 투입될 경우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은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러시아군이 한국어 통역 자원을 대규모 선발하고 있다는 동향이 확인되고 있으며 북한군에게 군사 장비 사용법은 물론 무인기 조종 등 특수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며 “또한 군사훈련에 참여한 러시아 교관은 북한군이 체력과 사기는 우수하나 드론 공격 등 현대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전선에 투입될 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 내부에서도 파병 소식이 확산하며 주민들이 동요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북한 내부에서도 파병을 입증하는 동향이 입수되고 있다고 한다”며 “북한 당국은 관련 사실을 일절 외부에 알리고 있지 않지만 주민들 간에 ‘폭풍 군단이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사실이 유포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선발 군인 가족들이 크게 오열한 나머지 얼굴이 많이 상했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은 철저한 입단속과 함께 파병 군인 가족들을 효과적으로 통제·관리하기 위해 이들을 모처로 집단 이주·격리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 의도에 대해 “북러 군사 동맹의 고착화, 유사시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개입, 경제난 돌파구 마련, 군 현대화 가속의 필요성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276만 원) 수준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파병됐다고 언급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이 이번 파병으로 무엇을 얻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파병 의도를 묻자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것들은 우리가 파악해야 할 사항들”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파병이 러시아 군사력의 중대한 약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해 있을 수 있다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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