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정책 개발 기구를 띄우며 수권정당 이미지 굳히기에 나섰지만 정작 시행이 석 달도 남지 않은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당론 결정을 위임받은 지도부에서도 시행과 폐지를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며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대표적인 ‘폐지론자’인 이언주 최고위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금투세를) 깔끔하게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금투세에 관해서는 지도부에 결정이 위임되면서 유예 내지는 폐지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만일 유예한다면 1~2년 유예는 별 의미가 없으므로 한국 증시가 실질적으로 선진화될 경우를 조건으로 하는 등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유예’인데, 그런 와중에 결론이 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고 있어 답답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참 죄송하다”고 말했다.
금투세 시행을 강경하게 주장해 온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하루 만에 이 최고위원과 상반되는 주장을 내놨다. 진 의장은 23일 페이스북에 “말끝마다 1400만 개미투자자 운운하며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제 개미투자자 그만 팔아먹으라”고 적었다.
진 의장은 “투자 손익 여부를 떠나 주식을 팔기만 하면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한 해 5000만 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내는 사람에게 그 초과분에 대해서만 투자소득세를 내도록 하자는 것이 금투세”라며 “금투세는 후진적인 우리 금융세제를 선진화하고 소액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개별 의원들의 공개 발언과 ‘금투세 정책 디베이트’를 거치며 당내에서 이미 다양한 의견이 나온 만큼 결단은 이재명 대표의 몫이 됐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대로 ‘유예 또는 폐지’에 무게가 실렸단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이 대표는 아직 당론을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진 의장처럼 시행을 원하는 의원들도 많아 폐지를 결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정책·전략 수립을 위한 ‘집권플랜본부’ 회의에서 ‘민생’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정작 금투세에 대해선 결정을 미루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집권플랜본부 회의에서도 김병욱 전 의원이 “금투세를 시행하지 않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법 개정 등 법적 환경을 정비해 나가겠다”며 공개적으로 시행 반대를 주장했지만 김민석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철저하게 김 전 의원 개인의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심기 경호를 위해 1400만 투자자가 상처받아야 하나”라며 “일부러 불확실성을 키워서 대한민국 증시과 투자자를 공격하는 게 민주당의 전략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자. 우리 그러려고 정치하는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의 결정을 촉구했다.
민주당의 금투세 당론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이르면 11월에야 발표될 전망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21일 “대통령이 예산 관련 시정 연설을 10월 하순에 하고 예산안을 본격 논의하게 되는데, 예산 부수 법안을 논의하면서 금투세도 같이 논의된다”며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앉기 전에는 당 입장이 정리돼야 하니 그런 시점을 고려하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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