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영어로 된 의료 용어를 마음대로 섞어 쓰는 국내 의료진의 언어는 마치 ‘외계어’와 같습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술을 극한 수준까지 높이다보니 빅테크 기업에서 먼저 협업 제안이 올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김용식 퍼즐에이아이 대표는 24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퍼즐에이아이는 AI 기반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보이스 EMR’과 음성인식 간호기록 시스템 ‘보이스 ENR’을 개발한 기업이다. 퍼즐에이아이 측은 보이스 EMR 등의 음성인식 정확도가 99.7%에 달한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 172곳이 퍼즐에이아이의 솔루션을 도입했다.
전문적인 의료 용어를 불명확한 발음의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써도 인식할 수 있도록 혹독한 환경에서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자 글로벌 경쟁력은 의도치 않게 따라왔다. 김 대표는 “최근 미국 동부 소재 병원들에 보이스 EMR 등을 선보인 결과 현지 반응이 뜨겁지만 사실 영어가 모국어인 화자의 음성인식은 너무 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한국어 화자들의 음성을 학습시키다보니 중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지 화자가 부정확한 영어를 쓰더라도 거의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 해외 시장 확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퍼즐에이아이는 뛰어난 음성인식 기술을 발판 삼아 생성형 AI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2~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세계보건박람회(GHE)’에 참가해 처음 선보인 병의원 특화 ‘생성형 완성차트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퍼즐에이아이가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인식해 생성형으로 차트를 완성시키는 솔루션이다.
또한 생성형 AI는 퍼즐에이아이에 새로운 기회도 열어주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떠오르는 생성형 AI로 사업을 벌이려면 앞단에서 음성을 인식해주는 기술이 필요한데 여기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외 대기업의 협업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료 음성인식에 비하면 일반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음성인식 기술의 수준은 높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복잡하고 어려운 음성인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퍼즐에이아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퍼즐에이아이는 현재 안과 광간섭단층촬영(OCT) 영상으로 환자의 시야를 예측하는 의료 이미지 생성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이 솔루션은 19~21일 열린 미국안과학회(AAO)에서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국내 안과 의사의 제안을 받아 솔루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회사도 우리 기술의 잠재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AI와 음성인식 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협업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