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제조 업체 보잉의 노조 파업이 한 달 넘게 지속된 가운데 사측과 노조 지도부가 최근 잠정 합의한 협상안이 노조 투표에서 또다시 부결됐다. 품질 저하와 노조 파업에 따른 보잉의 생산 차질이 전 세계 항공 산업계 충격으로 확산되고 있어 파업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보잉 노조가 23일(현지 시간) ‘4년간 임금 35% 인상’을 골자로 한 협상안에 대해 투표를 실시한 결과 64%가 반대표를 던져 협상이 부결됐다. 협상안에는 임금 인상안과 함께 △연 급여 총액의 4% 이상 상여금 보장 △7000달러 계약 체결 보너스 등이 담겼지만 임금 40% 인상을 요구해온 노조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로이터는 “노조가 사측 제안을 거부하고 5주간 이어진 파업은 계속하기로 하면서 보잉의 재정 위기는 심화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보잉은 한 달에 약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보잉은 이날 3분기 순손실이 61억 7400만 달러 규모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조정 주당 순손실은 10.44달러로 월가 예상치(10.35달러)보다 컸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이후 최대 적자 폭이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감소한 178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잇따른 기체 결함 사고로 인한 생산 연기, 한 달 넘게 지속된 기계공 노조 파업이 실적 악화에 직격탄이 됐다. 9월 13일부터 이어진 대대적인 공장 파업으로 소형기·대형기 생산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보잉의 1~9월 항공기 납입 대수는 291기로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급감했다.
보잉의 생산 차질이 전 세계적인 항공기 공급난으로 이어지면서 운항 계획에 차질을 빚는 항공사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보잉의 납기 일정을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고 라이언에어는 내년 운항 계획을 당초보다 축소했다. 보잉의 주요 부품사인 스피릿에어로시스템즈는 최근 종업원 700여 명에 대해 3주간 일시 휴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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