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실상 경기 침체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 요인이지만 불안한 환율과 미국 대통령 선거, 가계부채 등은 한은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애널리틱스는 24일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며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부진으로 한은의 올해 성장 목표인 2.4%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또 “수출이 모멘텀을 잃고 있다. 인공지능(AI) 호황에 첨단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올 초) 수출 증가율이 급증했지만 반도체 사이클의 변동성은 위험 요소”라며 “기준금리 인하는 내수를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내외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70원 이상 급등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 국채금리가 오르고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 둔화와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등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부동산 역시 변수다. 최근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약해졌다고 하지만 수치로 이를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미 대선 이후 글로벌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은 입장에서는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통위원 5명이 3개월 내 동결을 제시했는데 이후 달라진 건 환율 급등으로 인한 수출 피크아웃 우려 등 모두 금리 인하와는 거리가 먼 요인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다음 달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금리 인하 실기 논쟁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선 결과를 봐야 한은의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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