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총선 격인 중의원(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단독 과반은커녕 공명당을 합친 연립 여당의 과반 확보도 실패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내각 출범 8일 만에 의회를 해산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결정이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24일 마이니치신문은 22~23일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인 JNN 등과 함께 유권자 20만 424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수가 과반을 유지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분석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171~225석, 공명당은 23~29석을 각각 확보해 전체 194~254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전 자민당과 공명당의 의석수가 각각 256석, 32석이었던 것과 비교해 자민당 의석수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중의원 의석수의 과반이 233석인 점을 고려할 때 연립 여당의 과반 확보도 어려울 수 있다. 다른 매체들의 전망도 비슷하다. 진보 성향 매체인 아사히신문과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각각 19~20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민당·공명당 연합 여당의 과반 의석 달성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잇따라 보도했다.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도 22일 유세 연설에서 “여당에 의한 과반수가 매우 어렵다”며 최근의 부진을 인정했다.
9일 중의원 해산 당시만 해도 자민당의 단독 과반까지는 아니어도 공명당과 합친 연립 여당은 무난히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마이니치의 15~16일 여론조사도 자민당이 203~250석, 공명당이 24~29석을 각각 확보해 연립 여당이 무난하게 과반을 달성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마이니치의 15~16일 조사에서 입헌민주당은 117~16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126~177석으로 10석 가까이 늘었다.
현지 매체들은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민당이 공천에서 배제한 스캔들 연루 의원 12명 중 10명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처벌이 흐지부지되자 심판론이 거세진 것이다. 마이니치는 “비자금 사건 영향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자민당이) 반전 공세를 위한 재료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이 과반에 실패할 경우 가뜩이나 당내 ‘비주류’로 꼽히는 이시바 총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민당은 2012년 이후 4년마다 열리는 4차례의 총선에서 매번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아베 신조,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등 3명의 총리를 배출해온 장기 집권당이다. 연립 여당조차 과반에 실패할 경우 이시바 총리에게 ‘책임론’을 물어 총리 교체론이 급부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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