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의 문턱에 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4일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0.2%로 역성장했던 2분기보다는 나아졌지만 마이너스를 간신히 모면한 수준의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은이 올 8월 예상했던 전망치 0.5%에는 0.4%포인트나 못 미쳤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의 급격한 위축이다. 수출은 자동차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2분기보다 0.4% 감소해 7분기 만에 최저에 그쳤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0.8%포인트를 기록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 반등이 끌어올린 성장률을 부진한 수출이 깎아먹은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마저 둔화하고 있어 앞으로의 수출 반등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이대로 4분기까지 수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은이 전망한 올해 2.4% 성장률 달성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성장의 불씨가 꺼져가는 와중에도 정부는 ‘수출 호조, 내수 회복 조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낙관론을 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히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해 국민·기업들의 경기 인식과 괴리를 드러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18일 발표한 그린북에서도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대선과 중국 경기 둔화, 반도체 경기 불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기업 체감 경기가 얼어붙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진단이다.
경제 현실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진단 없이는 올바른 정책 처방이 나올 수 없다. 경제가 침체 위기에 빠졌는데 정부가 현실을 외면한 채 낙관론만 고수한다면 경제 상황을 외려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정책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신뢰마저 상실하게 만든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정부가 정확한 경기 진단 능력부터 갖춰야 한다. 산업 현장과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변화의 흐름을 기민하게 간파해야 시의적절하게 우리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만들어 집행할 수 있다. 여야 정치권도 국회에서 초당적 협력으로 경제 살리기 법안을 처리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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