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에 뿔난 중국 당국이 자국 자동차 업체들에 유럽 시장 사업 확장을 중단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자국 자동차 업체들에 유럽 내 신규 계약을 중단하고 적극적인 공장 부지 물색도 보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과 EU간의 전기차 관세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지 말라는 주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조치에 국영업체인 둥펑자동차그룹은 이미 이탈리아 내 차량 생산 계획을 중단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이탈리아가 EU 관세 부과를 지지했기 때문에 둥펑자동차 측이 차량 생산 계획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이탈리아 당국에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자동차 분야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해온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다국적 완성차 그룹 스텔란티스의 생산시설 해외 이전 등의 여파로 자국 차 생산량이 급감하자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7월 멜로니 총리는 방중 당시 중국의 이탈리아 투자 관련 협상을 공식화했고, 이후 둥펑자동차 공장 유치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의 다른 국유 업체인 충칭창안자동차도 이번 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예정됐던 유럽 내 신차 출시 이벤트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체리자동차는 스페인에서 인수한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려던 계획을 1년 연기해 내년 10월 시작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이탈리아와 중국 당국, 관련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EU는 과잉 보조금을 받고 값싼 가격에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 10% 수준인 관세율을 최고 45.3%까지 올리는 방안을 승인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인상된 관세안의 관보 게재 시점인 이달 30일 전까지 관련 추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5년간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프랑스 코냑 등 EU산 브랜디에 임시 반덤핑 조처를 적용하고 나섰고, 고 배기량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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