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탑승자가 고개를 위로 움직이자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차량 바퀴 쪽으로 고개를 튼다. 좁은 골목길에 주차할 때 운전자 시선에 따라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즉각적으로 움직이며 사각지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25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4 아이디어 페스티벌’ 본선 경연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액티브 디지털 사이드 미러(ADSM)’다. 현대차·기아 임직원들은 이번 경연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실물 차량에 적용해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차 덕후들’을 주제로 개최됐다. 창의적인 연구 문화를 조성하고 임직원들의 연구 개발 열정을 장려하려는 취지로 2010년부터 매년 진행돼 왔다. 올해 4월부터 총 101개의 모빌리티 아이디어를 공모했고 사전 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6개 팀은 이날 발표를 위해 약 7개월 간 실물로 구현하는 작업을 거쳤다.
현대차·기아는 각 팀에게 제작비와 실물 제작 공간을 지원했다. 시나리오 발표 수준에 그칠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아이디어를 실제 차량에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올해 대상을 차지한 EAI팀의 ADSM은 운전자 시선의 이동에 따라 사이드 미러 위치를 조정하는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차량 내부에 설치된 인캐빈 카메라 시스템과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연계했다. 인캐빈 카메라가 운전자 시선의 움직임을 파악하면 그 의도에 맞게 디지털 사이드를 통해 비추는 화면을 조정하는 것이다. 운전자는 마치 거울형 사이드 미러를 이용한 듯 직관적이고 친숙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원종하 로보틱스비전AI팀 책임연구원은 “운전자가 좁은 골목길에 주차할 때 고개를 가볍게 움직이기만 하면 바퀴와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다”며 “기존에 탑재돼 있는 인캐빈 카메라를 활용한다면 소프트웨어만으로도 구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에어포켓으로 트렁크 내부 물체를 보호하는 '스마트 러기지 시스템'과 수소 전기차에서 발생한 물을 활용한 가습 시스템 ‘H-브리즈’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스마트 러기지 시스템은 에어백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됐다. 운전석에 있는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트렁크 내부 전후좌우에 설치된 5개의 에어포켓에 공기를 주입해 탑재한 물체를 보호할 수 있다. 공조 시스템과 연계로 온도를 조절하고 소음을 저감할 수 있는 장점도 갖췄다.
H-브리즈는 차량 히터코어 후방에 설치된 가습기 모듈 내 가습 필터가 마르면서 작동한다. 가습 필터는 에어컨 필터와 마찬가지로 쉽게 교체 가능하고 에어컨 애프터 블로우 기능을 활용하면 세균 번식을 억제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이 밖에 에너지 하베스터를 활용한 보조 전력원 '무환동력', 통신을 통해 짐칸의 전자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다목적 소형상용차 바디빌더) 모듈', 경제운전 상황을 내비게이션 화면에 시각적으로 표시해주는 '트리이비' 기술은 우수상을 받았다.
양희원 현대차·기아 연구개발(R&D) 본부장 사장과 임직원 심사위원단은 본선 경연에 오른 작품의 실현 가능성, 독창성, 기술 적합성, 고객 지향성을 평가해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대상을 차지한 EAI팀에게는 상금 1000만 원과 '2025 CES' 견학 기회가 주어진다. 최우수상 팀에게는 상금 500만 원과 아시아 지역 해외기술 탐방 기회를, 우수상 팀에게는 국내 견학 기회를 각각 제공한다.
양 사장은 “임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현대차·기아의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임을 확신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아이디어가 구현될 수 있도록 이러한 행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발굴한 아이디어는 실제 양산에 적용되며 고객에게 더 큰 가치로 다가가고 있다. 최근 신형 싼타페에 적용된 양방향 멀티 콘솔은 경우 2021년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다기능 콘솔' 아이디어를 실제 양산 모델에 구현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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