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올해 3분기 2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늘어난 데다 재료비 하락, 우호적 환율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상품성과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표를 거뒀다는 평가다.
25일 기아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26조 5198억 원, 영업이익 2조 8813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매출액은 3.8%, 영업이익은 0.6% 상승했다. 영업이익률은 10.9%로 테슬라(10.8%)를 넘어섰다.
3분기 글로벌 환경은 기아에 순탄치 않았다. 고금리 기조는 지속됐고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가 심화됐다. 광명 이보플랜트, 오토랜드 화성 등 생산 설비 공사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된 점도 판매량에 영향을 끼쳤다. 기아의 3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국내 12만 5191대, 해외 63만 8502대로 전년 대비 1.9% 감소한 76만 3693대다.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 기아가 높은 영업이익률을 거둔 배경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북미 권역에서 스포티지·텔루라이드 등 인기 SUV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가 크게 늘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료비 감소와 환율 효과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기아 관계자는 “3분기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고매출 시장인 북미 권역에서 대당 판매가격(ASP)이 높은 SUV 차량의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다”며 “8분기 연속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고수익 체제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량(HEV)도 기아의 실적을 지탱한 주요 요소다. 3분기 HEV 차량의 글로벌 판매량은 8만 4000대로 전년 대비 10% 상승했다. 특히 국내에서 5만 1000대, 미국에서 3만 6000대가 판매되며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전기차 판매량은 5만 4000대로 8.3% 증가한 반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은 26.7% 줄어든 1만 7000대가 판매됐다.
기아는 각 시장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펼친다. 우선 4분기부터 인기 차종인 카니발 HEV와 쏘렌토 HEV를 앞세워 국내와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 모든 공장의 생산이 정상화된 시점인 만큼 가시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유럽에서는 대중화 전기차 EV3를 9000대 이상 판매하는 등 기존 HEV 모델 판매와 함께 친환경차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기아는 현재까지 유럽 시장에서의 EV3 판매가 기대 이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아는 3분기 사업 계획 목표치를 달성함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 방안 중 하나였던 자사주 소각을 추가 시행할 계획이다. 4분기 전망을 반영해 연초 밝혔던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 조정했다. 새롭게 설정된 올해 경영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105조~110조 원(기존 101조 1000억 원), 영업이익 12조 8000억~13조 2000억 원(기존 12조 원)이다. 영업이익률은 12% 이상으로(기존 11.9%) 높였다. 4분기에는 ‘월 1조 원’ 이상의 수익 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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