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타만 줄여도 대성공인 분위기 속에 지한솔(28·동부건설)은 무려 7타를 줄였다. 그것도 ‘노 보기’로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65타를 쳤다.
25일 경기 용인의 88CC 서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10억 원) 2라운드. 첫날 난코스 탐색전을 마친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버디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코스에 박수와 환호가 부쩍 많아졌다. 첫날 단독 선두 임진영과 지한솔 간 팽팽한 선두 경쟁이 이어진 가운데 지한솔이 한 뼘 앞선 채 끝냈다. 중간 합계 10언더파 134타의 1타 차 단독 선두.
65타는 88CC 코스 레코드인 64타에 단 1타 모자란 기록이다. 88CC에서 KLPGA 투어 대회가 열린 것은 6년 만이다. 2015년 데뷔한 지한솔의 88CC 대회 출전 경험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오래됐지만 기억이 남아 있고 대회에 앞서 예행 라운드도 할 만큼 이 대회에 열의를 보여왔다. 나 홀로 두 자릿수 언더파로 반환점을 돈 지한솔은 2022년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이후 통산 4승 기회를 잡았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출발한 지한솔은 2~5번 네 홀 연속 버디에 후반에도 13~15번 세 홀 연속 버디로 신바람을 냈다. 전반에는 핀에 가까이 붙이는 아이언 샷이 빛났고 후반 들어서는 홀에 자석을 단 것 같은 정교한 퍼트가 빛을 발했다. 13번 홀(파3)에서 8m 버디로 임진영과 공동 선두가 된 지한솔은 14번(파4) 5.5m 버디로 단독 선두를 꿰차더니 15번 홀(파3)에서는 8.5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넣어 2타 차로 달아났다.
지한솔은 올봄 갑상샘 항진증 진단을 받고 시즌을 접을 위기까지 갔던 선수다. 거리가 안 나가 제 골프를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재기 의지를 불태우며 빠르게 기량을 회복했고 지난달 2주 연속 공동 2위 성적을 내면서 정상 궤도에 올랐다. 경기 후 그는 “지난주도 병원에 갔었는데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고 하더라”며 “88CC에서 나름 많은 대회 출전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다. 남은 두 라운드도 매일 60대 스코어만 친다는 생각으로 욕심 내지 않고 하겠다”고 말했다.
지한솔의 거침없는 질주가 2라운드를 지배했지만 그렇다고 우승 예측이 쉬워진 것은 전혀 아니다. 3년 차에 첫 승을 노리는 임진영은 첫날 깜짝 단독 선두에 이어 이날도 적지 않게 타수를 줄여 우승 희망을 이어갔다. 5번 홀(파4)에서는 무려 22m 버디 퍼트를 넣기도 했다. 그린 뒤에서 급한 내리막을 고려해 아주 약하게 쳤는데 볼은 계속 굴러가 홀로 숨어들었다. 한때 2타 차까지 2위와 거리를 벌렸던 임진영은 후반 중반 이후 멀리 밀려나나 했지만 17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잘 붙인 버디로 지한솔을 압박하며 36홀을 잘 마무리했다.
단독 2위 임진영 뒤로 6언더파 3위 그룹에는 통산 8승의 강자 이다연과 무서운 여고생 아마추어 양윤서가 있다. 둘 다 4타씩 줄여 역전 우승을 생각할 위치에 올랐다. 2016년 데뷔한 이다연은 이듬해부터 거의 매년 1승 이상씩을 올렸다. 2022년은 우승 없이 보냈지만 지난해 2승으로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시즌 종료까지 이번을 포함해 3개 대회만 남긴 가운데 우승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는 각오다. 16세의 국가 상비군인 양윤서는 아마추어 추천 선수 신분으로 정규 투어 대회를 우승하는 진기록에 도전한다. 아마추어 우승은 2017년 최혜진 이후로 나오지 않고 있다.
시즌 3승씩인 4명의 다승 선두 중에서는 이예원이 앞서나갔다. 2타를 줄여 5언더파 공동 5위다. 리더보드가 요동치곤 하는 ‘무빙 데이’인 3라운드에 몰아치기를 노린다. 다승 1위 중 다른 3명은 박현경과 배소현 이븐파, 박지영 2언더파다.
장타자 황유민도 4타를 줄여 지난주 대회 우승자 박보겸과 5언더파 공동 5위에 오른 가운데 김해림(3오버파 공동 62위)과 안송이(1오버파 공동 46위), 홍진주(2오버파 공동 54위) 등 베테랑들은 전원 컷 통과에 성공했다. 김해림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고 홍진주는 챔피언스(시니어) 상금왕 자격으로 이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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