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함께 대표적인 이민 국가로 손꼽히는 캐나다가 영주권 문호를 대폭 좁히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이민자들로 인해 주택 부족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자 이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4일(현지 시간) 이민자에게 발급하는 연간 영주권 총량을 감축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에 따르면 캐나다는 현재 50만 명인 연간 영주권 발급 규모를 내년에 39만 5000명으로 대폭 줄인 뒤 2026년 38만 명, 2027년 36만 5000명으로 축소해나갈 방침이다. 2026년까지 연 50만 명의 영주권 발급량을 유지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뒤집은 셈이다.
캐나다는 1860년대 건국 시점부터 이민을 통해 국가를 형성한 대표적인 이민 국가다. 2000년대 들어 인구 증가와 노동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이주 문호를 더욱 넓혔다. 이런 캐나다가 국경을 좁힌 것은 팬데믹 이후 이민자가 지나치게 늘었다는 국민들의 불만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9년 3750만 명이었던 캐나다 인구는 팬데믹을 거치며 5년 만에 400만 명 가까이 늘면서 2분기에 4101만 명으로 급증했다.
인구 폭증은 주거 부족이나 사회복지 비용 증가 등 사회문제로 이어졌고 이민에 대한 국민 감정도 악화됐다. 캐나다 ‘인바이로닉스연구소(Environics Institute)’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캐나다인의 58%가 현재 이민자 수가 과도하게 많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14%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로, 이민 반대 의견이 과반을 기록한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트뤼도 총리는 “격동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노동력 확보와 인구 증가 조절 사이의 균형을 올바르게 유지하지 못했다”며 “이번 조치는 정부 기관이 헬스케어나 주거·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미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민 제한 정책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에도 타격을 주게 된다. 마크 밀러 캐나다 이민부 장관은 “이민 축소 기조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우려할 일이지만 아직 노동력 부족 문제는 거리가 멀다”며며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나다가 이민자 수를 크게 줄일 것이라는 소식과 관련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트뤼도조차 캐나다 국경을 폐쇄하고 싶어한다”며 미국에서 더 강력한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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