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출 정책이 자주 혼선을 빚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민들의 주택 구입용인 디딤돌대출 한도를 서울 등 수도권에 한해서 유예 뒤 축소 시행하겠다고 23일 밝혔다. 하지만 최근 보름도 안 되는 사이에 디딤돌대출 정책은 대출 한도 축소-유예-수도권 유예 뒤 축소 등으로 오락가락해 수요자들의 원성을 샀다. 디딤돌대출은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 무주택자는 5억 원 이하 집을 매입할 때 연 2~3%대의 저금리로 최대 2억 5000만 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연 소득 8500만 원 이하 신혼부부는 6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4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디딤돌대출 등이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정책이 치밀하지 못해 시장의 혼선과 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면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달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정책 대출과 관련해 “관리는 하지만 대상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11일 시중은행에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요청했다가 수요자의 반발을 샀다. 이에 18일 시행 유예로 돌아섰으나 정책 일관성이 무너졌다. 더욱이 수도권 유예 뒤 축소 시행에 대해서도 “정작 필요한 곳을 막느냐”는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박 장관은 24일 국정감사에서 “통일된 지침이 없었다”며 “조치 시행 전 충분한 안내 기간을 갖지 않아 국민께 혼선과 불편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정책 혼선의 주요 원인으로 부처 간 높은 칸막이도 거론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디딤돌대출 혼선에 대해 “국토부가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당국 간 협의가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금융위도 올 7월 시행하려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갑자기 두 달이나 연기해 혼란을 자초했다. 금융위는 가계대출이 폭증한 뒤에야 은행들에 대출 억제를 요청했다. 당시에도 국토부는 규제 완화 신호를 시장에 내보내는 등 당국 간 엇박자가 나타났다. 부동산 금융 정책이 조변석개하면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 등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관련 부처들이 긴밀히 협의하면서 정교하게 대책을 추진해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 혼선을 막으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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