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제3차 세계대전’ 위기에 빠졌다는 경고까지 나오는데도 우리나라의 여야 정치권은 ‘안보의 정쟁화’에 나서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24일 “러시아·중국·북한·이란 등 미국의 적대 세력 간의 협력이 커지고 있다”며 “3차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핵 확산이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라고 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일각의 분석이기는 하지만 허투루 들을 얘기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사실상 시인했다. 러시아 하원은 러시아와 북한의 상호 군사원조 제공 등을 담은 ‘포괄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해 남북한 충돌 시 자동 개입의 길을 열었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병력을 지원하는 대가로 첨단군사기술을 이전받아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에 참여한다면 공동 교전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북한의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길이 한반도로 옮겨붙을 위험에 처했다.
외교안보 상황이 엄중하고 급박한데도 여야는 안보 정책을 놓고도 정쟁만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실패가 안보 위기를 불렀다며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도발 위협 등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은 채 국가의 존망이 달린 안보 문제를 ‘정권 심판론’에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하자’는 메시지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냈다가 논란을 자초했다. 지금은 여야 진영 논리를 떠나 초당적인 국력 결집이 절실한 때다. 여야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우리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자주 국방력을 키우는 한편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 격상을 넘어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가치연대 강화로 북러 제재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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