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2차 사전 예약 때 사람들이 몰렸어요. 하루하루 배추값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쌀 때 사둬야죠.”
28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이날 마트에서는 ‘절임 배추 3차 사전 예약’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한산했다. 불과 며칠 전 진행된 사전 예약 당시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고객들이 ‘오픈런’을 벌이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매장 한편에는 절임 배추 박스 견본이 놓여 있었지만 그 위에는 ‘계약 물량이 모두 소진됨에 따라 판매를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현장 판매는 진행되고 있지 않아 그나마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도 절임 배추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사전 예약 당시에는 해남 절임 배추 20㎏을 포기당 2만 원대 특가 판매를 진행해 구매 고객이 줄을 늘어섰지만 3차 사전 예약에서는 2배가량 오른 4만 원대로 책정된 탓이다. 마트 관계자는 “3차 사전 예약을 이달 17일부터 진행하고 있지만 방문 고객은 거의 없다”며 “괴산 배추 물량은 동났고 해남 배추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김장철이 돌아오고 있지만 배추값은 고공 행진을 멈출 줄 모르는 모양새다. 배추 10㎏(그물망 3포기)의 전국 평균 도매가는 이달 25일 기준 1만 5620원으로 평년(9625원) 대비 62.3% 치솟았다. 1년 전과 비교해도 24.6% 상승한 수준이다. 알배기배추 또한 25일 기준 8㎏당 3만 9120원으로 1년 전(2만 5188원)보다 55.3% 올랐다.
배추김치를 포기하고 깍두기나 열무김치·오이소박이 등 다른 종류의 김치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25일 기준 무 20㎏의 가격은 3만 1020원으로 평년(1만 6062원)과 1년 전(1만 2324원) 대비 각 93.1%, 151.7% 폭등했다. 열무는 4㎏에 9792원으로, 1년 전 6665원 대비 46.9% 상승했다. 오이 가시 계통 10㎏의 가격은 3만 3500원으로 1주일 사이에 36.7% 올랐다.
이처럼 가격이 치솟자 아예 김장을 포기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이달 1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김장 의향 조사’에 따르면 ‘전년과 비슷하게 할 것’이라는 응답이 5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전년보다 감소’가 35.6%로 그 뒤를 이었다. 김장 관련 배추 구입 형태를 묻는 질문에 절임 배추라고 답한 비율이 55.5% 차지한 만큼 절임 배추 가격 상승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판 김치로 눈을 돌려도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26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대형마트에는 ‘김치 품절 안내. 배추 원물 수급이 어려워 김치가 소량만 입고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매대에 가득했던 박스 단위의 김치는 온데간데없고 일회용 포장 용기에 담긴 김치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40대 주부 배 모 씨는 “매년 가족 연례행사처럼 김장을 해왔지만 배추값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올라 올해는 시판 김치를 구매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대용량 김치는 없고 소용량으로 여러 개 구매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배추값 안정에 낙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달 27일 충남 아산시 소재의 한 배추밭을 방문해 “(김장 기간인)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큰 차질 없이 배추와 김장 부자재가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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