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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中 경기부양책, 무엇을 봐야 하나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 교수

유동성 공급에도 소비심리 꽁꽁

中정부, 부동산시장 활성화보단

생산력 제고·과학기술 분야 올인

업종·지역별 정밀 시장전략 필요





올 9월 중국 공산당 제20기 3중전회와 경제회의를 주재한 시진핑 주석이 중국 경제의 어려움을 실토한 후 중국 당국이 연일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리오프닝(re-opening, 경제활동 재개)을 선언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봉쇄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부동산 시장 침체, 주식시장 하락, 실업률 상승 등 악재에 시달려왔다. 심화하는 미중 전략 갈등도 중국의 선택지를 제약해왔다.

이렇게 경기 부진이 계속되자 올해 목표인 5% 내외의 경제성장률 달성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올 1~3분기 성장률이 4.8%를 기록해 5% 성장의 범위에는 있지만 중국 경제를 지탱하는 3대 축인 내수·투자·수출 지표의 내용이 좋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내수는 전체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에 발목이 잡혀 있고, 투자도 민간기업 투자는 매우 저조하며 정부 투자로 명맥을 잇고 있다. 강력한 제조업에 기반한 수출을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 지급과 과잉생산에 따른 밀어내기로 인식하는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추가 관세 부과로 견제하는 중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부양책 제시에 소극적이던 중국 당국은 결국 9월 24일부터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부양책을 발표했다. 지급준비율(RRR) 0.5%포인트 인하, 장기 유동성 1조 위안(약 190조 원) 공급, 정책금리 및 부동산 대출금리 인하, 증시 안정화 자금 투입과 부동산 기업에 대한 총 4조 위안(약 760조 원)의 자금 지원 등 일련의 부양책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하지 않았던 저소득층에 대한 현금이나 소비쿠폰 지원까지 발표했다. 통화정책은 물론 직접적인 재정정책까지 동원해 경제난 타개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조치에도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정부의 부양 의지 지속성을 의심하는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여전히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유동성을 공급했음에도 경제 심리가 얼어붙은 소비자들은 불안 대비용 저축에 몰두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저축률이 무려 46.6%에 달한다. 높은 저축률이 소비를 가로막자 기업도 생산을 늘리지 않고 신규 인원도 채용하지 않는다. 당연히 실업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가처분소득이 없는 소비자들은 소비가 어려운 구조적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보다는 ‘신품질생산력(新質生産力)’ 제고를 통해 미국과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에 올인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전체 GDP의 12%에 달하는 약 4조 위안(약 760조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자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오늘날의 거품을 만들었다고 인식하는 중국 정부는 대형 부양책 집행에 소극적이다.

중국 경제는 강력한 제조업 기반이 있고 일부 과학기술 분야의 기술력은 최정상급인 이중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제조업 시장과 공급망 시장 또는 소비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업종별·지역별로 구분해 접근하는 정밀한 시장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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