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보호주의가 세계 경제 회복을 위협할 것이라는 세계 각국 고위 관료들의 경고가 나왔다.
2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연례 회의에 참석한 주요 당국자들은 세계 경제가 한 세기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은 후 경기 침체 없이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며 안도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 향후 전망을 위협하고 있다고 짚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세계화를 역행하고 보호주의로 후퇴하려는 새로운 시도는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는 물가를 상승시키고 실업률을 높이며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이자 세계 금융감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 의장인 클라스 노트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승과 현재 밸류에이션의 격차를 고려할 때 특정 시장에서 가격 조정의 위험이 보였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들 고위 당국자들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돼 세계 무역 질서가 흔들릴 위험이 크다고 관측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는 재선 시 유럽 등 미국의 동맹국들에도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까지 관세를 매기는 등의 보호주의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합법적 서류를 갖추지 않은 이민자의 대규모 추방과 전면적인 감세도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로 주요 연구기관들은 트럼프 재선 시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실증적 관측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IMF는 세계 경제가 올해와 내년 3.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트럼프 재선으로 인한 정책 변화가 있을 경우 광범위한 부과금과 세금 감면, 이주 감소, 차입 비용 증가 등으로 2025년 0.8%, 2026년 1.3%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역시 트럼프의 관세 계획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4% 끌어내리고 소비자 물가를 0.9%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도 비슷한 성장률 타격을 전망하면서 소비자 물가는 더 가파르게 올라 가계에 최대 7600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아문디자산운용의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인 마무드 프라드한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는 이민자에 대한 대량 추방까지 더해지면 성장 전망이 더 암울해질 수 있다며 “성장이 줄고 생필품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의 실질 임금이나 구매력이 줄어든다면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같다”고 설명했다.
고위 관료들은 트럼프의 보호주의가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위협으로 봤다. 그리고 이런 여러 불확실성이 결국 미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로그룹의 파스칼 도노회 회장은 “무역에 어려움이 생기면 미국 소비자가 상품에 지불하는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에 미국도 위험해질 수 있다”며 “(보호주의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불확실성이 우리가 그토록 노력해온 연착륙을 확보할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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