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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어려운 그린서도 쏙쏙…KLPGA 흥행 이유 있었네

14언더 우승 지한솔 등 두자릿수 언더파 8명

연습·기술의 승리…올해 시청률서 LPGA 압도

독특한 직관 문화, 구단 소속감도 ‘K’만의 매력

윤이나가 27일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4라운드에 모인 구름 갤러리 앞에서 9번 홀 티샷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우승 뒤 같은 후원사 소속 동료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지한솔(가운데). 조태형 기자


“도무지 적응이 안 됩니다.” “매 홀이 스트레스입니다.”

경기 용인의 88CC 서코스(파72·6694야드) 정복에 나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뒤쪽이 높게 조성된 그린이 대부분이라 볼이 핀을 살짝만 지나쳐도 급경사 내리막 퍼트가 걸리거나 옆 경사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대회 코스 중 최고 난도 그린’이라는 얘기도 나오면서 우승 스코어로 두 자릿수 언더파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88CC는 올여름 역대급 폭염과 폭우에 티잉 구역의 잔디가 버텨내지 못하자 동코스의 잔디를 옮겨 심는 한편 페어웨이 폭을 40야드에서 25야드로 좁히는 작업을 통해 변별력 높은 코스를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27일 이곳에서 끝난 덕신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10억 원)의 우승 스코어는 예상과 달리 나흘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꽤 높았다. 3.5m 안팎 스피드의 자비를 모르는 그린에다 코스 길이까지 긴데도 10언더파 이상인 두 자릿수 언더파가 8명이나 됐다. 칩인 버디가 많이 나온 것도 특징이다. 짧은 공략에 신경 쓰다 보니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못 미치는 실수도 꽤 있었는데 칩샷을 그대로 넣어버려 감탄을 자아냈다.

우승자 지한솔(28·동부건설)은 최종 라운드에도 ‘노 보기’ 플레이를 이어갔다. 3라운드 11번 홀부터 26개 홀 연속 노 보기의 물 샐 틈 없는 골프로 2년 2개월 만에 감격의 통산 4승에 골인했다. 72홀 동안 3퍼트를 단 1개로 막은 지한솔은 “롱 퍼트와 쇼트 퍼트의 내리막 경사 연습을 많이 했다. ‘이 정도 경사면 이만큼 내려가겠구나’ 계산이 선 상태로 들어갔다”며 “쇼트 아이언을 잡을 때는 핀이 그린 중앙에 꽂혀 있어도 앞핀이라는 생각으로 공략했다”고 말했다.



88CC에서 대회 개최는 6년 만이라 대부분이 낯선 환경이었지만 정상급 선수들은 지한솔처럼 자신만의 공략으로 타수를 줄여나갔다. 1라운드에는 임진영이 5언더파 67타로 데일리 베스트를 쳤고 2라운드에 지한솔이 7언더파를 쳤다. 3라운드에 박주영과 최은우가 6타씩 줄였고 4라운드에는 부쩍 단단해진 그린에서도 황유민과 최가빈이 6언더파씩을 몰아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KLPGA 투어 흥행 몰이의 밑바탕이기도 한 수준 높은 기량이 서울경제 클래식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최근 끝난 KLPGA 투어의 한 대회는 국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와 일정이 똑같이 겹쳤는데도 훨씬 높은 시청률을 찍기도 했다. 물론 이번 LPGA 투어 대회에서 한국 선수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이유도 있겠지만 KLPGA 투어의 자체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진 영향도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KLPGA 투어 평균 시청률은 0.428%로 전년 동기 대비 26% 높아졌다.

20대 초반으로 쏠리던 우승자의 연령 분포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다양해진 것도 특징이다. 투어 입장에서는 다양한 팬 층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인으로 볼 수 있다. 이정민(32), 배소현(31), 최은우(29), 지한솔(28), 박지영(28), 김수지(28), 박보겸(26) 등이 20대 초반이 대세인 투어에서 의미 있는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한 베테랑 선수는 “엄청난 드라이버 샷 거리를 기록하면서 투어에 뛰어드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면서 큰 자극이 된다”며 “요즘은 운동 방법과 레슨이 잘 발달돼 나이가 있어도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다. 어린 친구들을 비슷하게 쫓아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투어를 뛰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응원 피켓과 구호로 대표되는 ‘직관’ 문화, 같은 후원사 소속끼리 끈끈한 유대감도 K골프투어의 매력이다. 동부건설 구단 선수들은 지한솔의 경기를 끝까지 기다렸다가 우승을 축하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지배력이 예년에 비해 떨어진 것도 단기적으로는 국내 투어에 나쁠 게 없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 사이에 ‘굳이 급하게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진 분위기다. 올해 마지막 수도권 대회를 마친 KLPGA 투어는 31일 제주에서 시작되는 S-OIL 챔피언십과 다음 달 춘천에서 열리는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으로 2024시즌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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