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가 된 지 석 달도 안 돼 펜실베이니아를 14번째 방문하며 펜실베이니아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텃밭인 뉴욕 한복판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유명인들을 총출동시키며 전당대회급 행사를 개최했다.
27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해리스는 이날 펜실베이니아 최대 도시인 필라델피아의 흑인 교회, 이발소, 서점, 식당 등을 잇따라 찾아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 표심을 공략했다. 펜실베이니아 내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 등 대도시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반면 시골 지역은 공화당을 지지해 극명하게 표심이 갈린다. 해리스의 필라델피아 방문은 이 지역의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과 라틴계의 투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8월 초 대선 후보가 된 후 해리스의 동선을 보면 펜실베이니아를 14번 방문해 50개 주 가운데 방문 횟수로는 단연 펜실베이니아가 1위를 차지했다.
해리스는 이발소에서 젊은 흑인 남성과 학자금대출 등 현안을 논의하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파는 서점도 찾아 “승리는 필리(필라델피아)로 통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몇 달간 스스로를 ‘언더독(이길 가능성이 낮은 약자)’로 자평하던 해리스는 사전투표율이 사상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오자 자신감을 얻은 듯 “의심 말라. 반드시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리스는 28일에는 미시간, 30일에는 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남은 일정을 경합주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아울러 29일에는 이른바 ‘최후 변론(closing argument)’ 연설을 백악관 앞 엘립스에서 진행한다. 이곳은 지난 대선에서 패한 트럼프가 대선 불복 선동 연설을 해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을 촉발한 상징적인 장소다.
이날 트럼프는 고향인 뉴욕의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대규모 유세를 벌였다. 역사적 스포츠 행사와 주요 정치 집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진보 성향의 뉴욕시 표심을 자신 쪽으로 돌리기는 어렵겠지만 상징적인 장소에서 행사를 개최하며 전국적 조명을 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 하원 선거에서 뉴욕시가 하원 전체의 승패를 좌우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현 상황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던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깜짝 등장해 트럼프를 소개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운명은 여러분 손에 있다”며 “여러분은 일어서서 해리스에게 ‘당신은 미국을 파괴했다. 당신은 해고’라고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걸고 하는 도박이다. 그는 우리를 3차 세계대전으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등장에 앞서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 비벡 라마스와미 전 대선 후보,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전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총출동했다. 이날 행사에서 일부 인사들은 해리스를 ‘악마’라고 부르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한 코미디언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바다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라고 말해 논란을 빚자 트럼프 캠프 측은 “트럼프의 견해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라틴계 사람들이 펜실베이니아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의 표심이 이탈할 것을 우려해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밴스는 이날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재선돼도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나토 국가들이 실제로 방위 부담을 짊어지기를 원한다”며 독일을 콕 집어 “독일이 방위비 분담에 더 많이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