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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로에 선 K반도체, 첨단 기술과 인재 확보만이 살 길이다


우리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여건이 심상치 않다. 미국 대선 이후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큰 데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산업 구조와 경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 와중에 미 대선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유도해온 ‘당근(보조금)’ 대신 ‘채찍(고율 관세)’을 꺼내들 태세다. 트럼프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을 비판하며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그들이 와서 무료로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미래 경영에 심각한 변수가 될 수 있는 발언이다.

미국은 11월 대선에서 민주·공화당 어느 쪽이 승리해도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 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동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중국은 범용 메모리뿐 아니라 첨단 반도체 자립에도 속도를 내며 선발 주자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국제적 여건에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도 글로벌 환경의 ‘엄중한 도전’에 경각심을 드러냈을 정도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26일 직원들에게 “반도체 부문의 자유무역은 죽었다”며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계속 성장할지가 우리의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전략 경쟁의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는 K반도체가 여기서 주춤하다가는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지켜내기 어렵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주최 대담에 참석한 역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들은 K반도체가 한때 세계 1위였다가 상장폐지된 일본 도시바나 혹독한 구조조정에 내몰린 미국 인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로에 선 우리 반도체 산업이 살아남는 길은 오직 첨단 기술력과 고급 인재 확보에 있다. 기업이 과감한 투자와 인재 육성으로 초격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는 전방위 지원 정책과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민관정이 원팀으로 총력전을 펼쳐야 K반도체가 생존하고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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