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유전시설 등을 피해 군 시설에 집중되고 이란 또한 대응을 보류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28일(현지 시간) 국제유가가 6% 급락했다.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감소하면서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1.42달러로 전장보다 4.63달러(6.1%)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배럴당 4.4달러(6.1%) 내린 67.38달러로 마감했다. 두 가격 모두 종가 기준 약 7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이날 낙폭은 하루 새 8% 가까이 폭락했던 2022년 7월 12일 이후 2년 여 만에 가장 컸다.
유가 급락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와 관계 깊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이 26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해 보복 공습을 감행했으나 당초 핵·유전시설 등을 타격하리라던 예상과 달리 군사시설만 표적 삼으면서 더 큰 분쟁에 대한 우려를 덜었다. 이어 다음날인 27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즉각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신중한 대응을 시사한 것도 역내 긴장감을 해소했다.
이런 가운데 유가 전망의 배경에 있던 중국의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에 대한 불안이 다시 부상했다. 옥스포드 에너지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빌 파렌-프라이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적대 행위가 다시 확대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유가를 압박하던 거시적 힘이 통제력을 되찾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RBC캐피털마켓의 상품 전략가인 브라이언 레이센 역시 “트레이더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원유 공급 과잉으로 초점을 옮기면서 이달 석유 시장의 심리가 계속 약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자발적 감산’을 올해 중 완화할 계획인 만큼 2025년 공급 과잉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유가 눈높이를 낮추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레이센 전략가는 “WTI 시장에서 배럴당 75달러를 바닥으로 꾸준히 제기하던 초여름과 달리 배럴당 50~60달러 수준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티그룹의 맥스 레이튼 분석가 역시 낮아진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해 브렌트유의 목표가를 배럴당 74달러에서 70달러로 낮춰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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