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개혁 성향의 소장파 출신 정치인들이 현재 여권이 처한 상황에 대해 ‘정치적 리더십 부재’라 진단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결자해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현·권영세·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나 의원을 제외한 4명은 이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당 위기 상황에 대한 타개책을 논의한 뒤 공동성명을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내 대표적인 소장·개혁파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에서 활동했던 이력이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강대국 패권 경쟁과 동시다발 전쟁으로 백척간두에 서있다. 민생 현장에서는 경제 침체의 그늘에 직면한 국민들이 애타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치는 이를 뒤로 한 채 정쟁과 분열의 권력정치 늪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선 국정을 담당한 정부여당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국리민복을 책임진 세력 내에서 대통령과 당 대표의 내분만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참으로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라 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당정갈등을 직격했다.
이들은 “이로 인해 당 대표의 방탄을 목적으로 사법부를 겁박하고 탄핵으로 권력을 찬탈하려는 ‘운동권 정치’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결과를 빚고 있다”며 “야당이 정권 쟁취에 몰두해 특검에 전념한다 해서 여당마저 흔들리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을 향해서는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 ‘The buck stops here’ 곧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선언한 깊은 책임감과 당당한 자신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며 “그때의 책임감과 자신감으로 돌아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 현안 해결에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당을 향해서는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며 “이 정부가 지난 정부의 오도된 국정을 바로잡아 추진하는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면서 현안 해결에서도 갈등 심화가 아닌 당 안팎의 중지를 모으기 위한 소통에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정쟁에 ‘국민의 삶’은 없다”며 “최고 권력자 주변에서 발생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정치권이 그 문제에만 매몰돼 본질을 소홀히 하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을 둘러싼 여권의 자중지란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정부여당다움을 회복해야 한다”며 “통합의 정신과 합리적 대화의 복원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도 공동의 번영을 위한, 여당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길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