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 우방인 미국의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며 미국의 전략과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초유의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귀환한다면 한국도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된다.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 달러로 늘려 지금보다 10배 가까이 확대하는 건 약과다. 윤석열, 조 바이든, 기시다 후미오가 구축한 한미일 3국 협력 체계가 후퇴하고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핵우산도 안심할 수 없다는 비관마저 나온다.
세계 각국은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고민이 적지 않다.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상 최고위층 간 연결 고리가 필수인데, 집권 여당에 적임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외교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최측근과 협상하며 지금도 관계를 이어가는 우리 측 최고위층이 더불어민주당 쪽에 쏠려 있다”며 “실무 협상이야 외교부가 하면 되지만 최고위층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데 혹시나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뀔 경우 사람이 부족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7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보내지 않았다. 정부가 대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를 접촉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여당이 공화당 측 인사와 교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눈 뜨고 놓쳐 버렸다.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이었다지만 미중 패권 경쟁과 북러 동맹, 우크라이나 파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만큼이나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일도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필수 덕목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선출됐을 때도 대통령실과 일본 총리실을 직접 연결할 핵심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일본의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도 한국 정치인과 접점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이들이 꽤 이른 시기부터 차기 지도자로 거론된 것을 고려하면 여권의 책임이 간단치 않다. 강대국이 둘러싼 한반도 안보 상황에서 외교는 생존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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