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대한 불신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정지을 의협 임시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의료계에서 임 회장과 집행부 사퇴론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해서는 의협의 대대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권 교수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 파업의 주역으로 올해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당시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기 바란다”고 말했던 인사다.
그는 의협을 향해 “지난 십수 년간 정치적으로 지지해줄 정치 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정치적 고립을 자초했고 정부에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의협이 의료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 집행부는 모두 사퇴하고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 교수는 비대위는 다학제 전문가로 구성하고 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예산을 정책 연구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정책연구원의 전면 개혁, 다학제 전문가로 구성된 인공지능(AI) 태스크포스(TF) 구성, 의료 행위 목록 및 비급여 의료 행위 관리, 제약사 등과 의사 간 이해관계 공표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권 교수는 의협의 정체성을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데 맞출 게 아니라 정책과 직업윤리를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협은 의원급 대표 조직이 아니며 의원들이 계속해서 의협을 앞세워 정치적 이해를 주장하려 하면 조만간 젊은 의사들은 다른 의사 단체를 만드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대 교수마저 사퇴를 요구하면서 임 회장은 점점 수세에 몰리는 모습이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오후 임시회의에서 다음 달 10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임 회장 불신임 등을 표결하는 안을 의결했다.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운영되면 의정 갈등의 핵심인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정부와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비대위가 출범하면 전공의들도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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