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언론에 최초로 공개된 HTWO(현대차수소) 중국 광저우공장은 첨단 반도체 공장을 방불케 했다. 국내외 공장들을 망라해 최고 수준의 보안 등급으로 관리되는 탓인지 입구부터 삼엄한 검색이 이어졌다. 휴대전화 촬영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수차례 검색대를 통과해 보안 검사를 받아야만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장 내부 역시 기존 완성차나 자동차 부품 공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작은 먼지 하나까지 차단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한 공정이 이뤄지고 있어 마치 실험실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곳에서 실증 연구와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며 수소차에 장착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첫 공정으로 수소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일으키는 핵심 부품인 셀(EGA)을 두 대의 기계가 한 장씩 쌓아 약 220장을 더한 서브 스택을 완성했다. 서브 스택 두 개를 합치고 기타 부품을 조립하면 수소차 넥쏘 한 대 분량(90㎾)의 출력을 일으키는 수소연료전지가 완성된다. 대형 트럭인 엑시언트의 경우 두 세트의 수소연료전지가 장착된다. 현대차 광저우공장 관계자는 “20분에 하나씩 서브 스택을 만들어내는 만큼 연간 6500개의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셈”이라고 설명했다.
스택 제조 라인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밀폐된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그 안에 또다시 두 겹의 유리 상자로 둘러싸인 기계에서 셀을 쌓아 스택을 만들고 있어 반도체 공정을 방불케 한다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수소연료전지의 조립과 테스트 과정에서도 최소한의 인력만 배치해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생산 기술을 보유한 현대차는 수소차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중국을 선택(choice)했다고 한다. 오승찬 HTWO 광저우 법인장은 “중국은 수소산업을 확대하기 위해 광저우·베이징·상하이 등 5개 시범 지역을 선정하고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며 “수소차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국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수소차 분야에서도 지난해 7653대가 판매돼 세계 1위에 올랐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중국 정부는 쌍탄(2030년 탄소 배출 정점, 206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제시한 후 수소차 시장 확대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올해 1만 대 판매가 예상되지만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누적 판매 목표를 100만 대로 설정한 상태다.
오 법인장은 “2035년 100만 대 판매 계획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모두 방향을 맞추고 있다”며 “2030년을 넘어서며 중국의 수소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거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내년 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수소차 관련 인프라와 기술 전략이 제시되는 것에 맞춰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중국의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conversion)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만큼 수소차 경쟁에서는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해외 경쟁사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도요타는 중국 1위 이화퉁과 합작해 베이징 다싱에 연 1만 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8월부터 가동하고 있으며 보쉬는 충칭에 공장을 세운 상태다. 중국 전체적으로 60여 개 업체가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경쟁력을 확보한 4곳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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