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아래에서 무너진 가자지구의 건물 잔해들을 배경으로 맨발로 한 살 어린 동생을 업고 힘겹게 걷는 여섯 살 소녀의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며 전쟁의 참상을 드러냈다. 1972년 베트남전쟁 당시 네이팜탄이 떨어지자 공포에 질려 울부짖으며 탈출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네이팜탄 소녀’로 알려진 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은 가자지구에서 폭격으로 가족과 떨어져 여동생과 둘만 남게 된 카마르 수부의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 21일 팔레스타인 기자 알라 하무다가 가자지구 중부에서 다리를 다친 여동생을 등에 업고 맨발로 걸어가는 카마르를 발견해 이 모습을 촬영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이후 이 영상은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안타까움을 주며 널리 확산됐다.
NBC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 살던 카마르의 가족은 굶주림 때문에 피란길에 올랐고 카마르는 현재 어머니, 형제자매 6명과 함께 가자 중부 알 부레이 난민촌에서 지내고 있다. 탈출 도중 카마르의 아버지는 가족과 헤어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카마르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한 살 어린 동생 수마야와 함께 과자를 팔러 나갔다가 수마야가 차에 치여 다리를 다쳤다. 그러자 카마르는 걸을 수 없게 된 동생을 업고 병원으로 데려갔다. 다행히 치료를 받았지만 병원에 구급차가 없었고, 다른 교통수단도 없어 카마르는 다시 동생을 등에 업고 맨발로 한 시간 이상 걸어 난민촌으로 돌아가고 있던 중 알라 하무다를 만났다.
카마르는 NBC에 당시 상황에 대해 "동생이 걸을 수가 없었다"며 "우리는 더 좋은 옷과 침구, 식기, 모든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졸지에 헤어진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정말 그립다. 달보다도 아빠가 그립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집에 돌아가서 고모들도 보고 싶고 아빠도 보고 싶다. 모든 가자지구 사람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전쟁의 참상 역시 원래 제목인 ‘전쟁의 공포’ 대신 네이팜판 소녀로 알려진 사진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다. 1972년 6월 8일 당시 스물 한 살이었던 AP통신 사진기자 닉 우트가 촬영한 이 사진은 1973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사진의 배경은 북베트남군과 월남군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던 남부 짱방지역의 한 마을이다. 네이팜탄이 날아들면서 순식간에 불이 번진 마을에서 탈출하고 있는 어린이들 중 가운데의 벌거벗은 소녀는 당시 아홉 살이었던 판티 낌푹으로,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