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슈퍼돔. 592평의 기아 전시장 양쪽으로 거대한 몸집의 ‘더 기아 타스만’이 등장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후드 상단의 가니시와 그릴의 테두리, 5m가 넘는 긴 전장이 합쳐져 맹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흰색 타우브(사우디아라비아 전통 의상)를 입은 현지 관람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타스만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연신 사진을 찍었으며 양손을 펼쳐 크기를 가늠하기도 했다. 구체적 제원을 확인하기 위해 기아 관계자에게 질문 세례를 퍼붓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기아가 중동 권역 최대 규모인 제다모터쇼에서 정통 픽업트럭 ‘더 기아 타스만’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강인한 디자인은 물론 공간 활용성, 내구성 등 상품성을 끌어올리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기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타스만 소개에 나선 송호성 기아 사장은 “타스만은 고객의 삶과 픽업의 가치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끄는 차량”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은 “기아가 80년간 쌓아온 기술의 정수가 담겨 있다”며 “픽업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소비자뿐 아니라 소규모 사업자까지 만족시키는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타스만을 최대 10만 대 판매할 계획이다. 목표 점유율은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중형 픽업트럭 시장의 4~5%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에 비해 픽업트럭 수요가 높다. 도로 환경이 상대적으로 거친 데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과 같은 건조한 지형이라 뛰어난 오프로드 주행 성능과 높은 내구성이 중요하다. 사막에서 드라이빙을 하는 ‘듄 배싱’이나 캠핑 등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에게도 적합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산업개발센터(NDIC)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올해 픽업트럭 판매는 지난해(8만 2387대)에 비해 1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모습을 드러낸 타스만은 특유의 남성성이 느껴졌다. 전면부의 보닛과 라디에이터 그릴은 물론 사이드미러와 헤드램프까지 직선형으로 디자인돼 강인함이 느껴졌다. 전방 유리는 위쪽으로 시원하게 트여 있었으며 곧게 선 후방 유리도 타스만의 대담함을 상징하는 듯했다. 타스만의 압도적인 적재 공간 역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타스만은 길이 1512㎜, 너비 1572㎜, 높이 540㎜ 크기로 동급 최대 수준인 1173ℓ의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한국 기준 표준 팔레트도 수납이 가능하다.
타스만은 혹독한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서도 주행이 가능할 만큼 튼튼한 분위기를 풍겼다. 타스만에는 다중 골격 구조를 적용해 차체 비틀림 강성을 높인 데다 유압식 완충기에 감응형 밸브를 적용해 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확보했다. 모래와 진흙·눈 등 각 지형에 적합한 주행 모드 선택이 가능하며 80㎝ 깊이의 물을 7㎞/h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도하 성능도 탑재됐다. 기아는 타스만의 상품성 확보를 위해 국내를 포함한 미국·스웨덴·호주·중동 등에서 1만 8000번 이상의 시험을 진행했다. 개발 기간은 4년 이상이며 오프로드 특화 성능과 내구성 등 시험 종류만 1777종에 달한다.
타스만의 가솔린 터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합쳐져 최고 출력 281마력, 최대 토크 43㎏f·m의 힘을 낸다. 냉각 개구부를 확대하는 등 냉각 성능을 최적화해 트레일러나 요트 등을 최대 3500㎏까지 견인할 수 있다. 기아는 최저 지상고를 28㎜ 높인 ‘X-프로’ 모델도 운영하며 더욱 가혹한 환경에서의 오프로드 주행 또한 지원한다. 다양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을 도입해 편의성 역시 더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동차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예정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난해 자동차 수입액 규모는 182억 1400만 달러로 2022년에 비해 21.6% 성장했다.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최초로 여성의 차량 운전이 허용됐다는 점도 시장 확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지에 연간 5만 대 생산이 가능한 제조 공장을 설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현대차·기아의 존재감은 도로에서도 확인됐다. 실제 제다 도로에는 기아의 페가스와 쏘넷, 현대차의 엑센트와 크레타 등이 가득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기준 21.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점유율 1위 기업인 도요타(29.1%)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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