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삼권분립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개선소위를 열고 대통령이나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수사의 경우 여당을 배제한 채 상설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회 규칙 개정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니다.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원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되는데 여당이 후보 추천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야당 몫 4명만으로 특검 후보자 의결이 가능하게 된다. 앞서 민주당은 이달 8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권력 감시·견제 역할을 맡는 야당이 김 여사 의혹 수사를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민주당 입맛에만 맞는 인사가 특검을 맡는다면 야당이 사실상 특검 기능을 대신하게 된다. 이 대표는 다음 달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야당 주도의 상설특검을 강행하는 것은 이 대표의 유죄판결 가능성에 대비해 ‘대통령 탄핵 투쟁’의 명분을 찾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이 대표 관련 사건 등을 수사한 현직 검사 4명을 상대로 탄핵소추를 추진하더니 최근에는 국정감사에 출석한 법원장들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며 압박했다.
민주당은 국회 운영위 소위에서 예산안 심사 법정 기한이 지나더라도 정부 예산안 등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강행 처리했다. 헌법에 규정된 정부의 예산편성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 부의 제도가 폐지되면 걸핏하면 법정 기한을 넘겼던 예산안 처리가 더 늦어지면서 경제·민생 관련 예산집행에 차질을 빚게 된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 등 이 대표의 선심 공약을 관철하기 위해 예산안을 볼모로 삼으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거대 야당은 여야의 대화와 토론·타협 등 의회민주주의 정신을 거스르는 차원을 넘어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다수의 폭정’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역풍을 피하고 수권 정당이 되려면 당 대표 방탄을 위해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등 헌법 가치를 흔드는 폭주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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