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APEC 문화장관회의’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K팝·문학 확산을 계기로 글로벌 문화 어젠다를 주도할 수 있는 무대 조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다.
30일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장관급 회의 의제로 ‘문화 분야’를 추가하는 제안을 하기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 기간에 20여 종류의 장관급 회의가 함께 열리는데 아직 문화 분야 회의는 없다”며 “이번에 문화장관 고위급 대화를 신설해 우리나라가 APEC 내에서 문화 분야 의제를 선도할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장관회의 신설은 다음 달 10~16일 페루에서 열리는 2024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공식 제안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 경주에서 열리게 되는 2025년 APEC 정상회의에서 문화장관회의가 처음 도입된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내년 예산안에 ‘문화 분야 고위급 대화 신설’ 항목으로 8억 원을 새로 배정한 상태다. 문화체육관광과 관련해서는 APEC에 현재 ‘관광장관회의’가 있다.
APEC 문화장관회의 신설은 윤석열 정부가 문화 교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가수 로제의 ‘아파트’가 선풍적 인기를 끄는 등 K팝의 확산과 함께 영화·드라마·웹툰 등 한국 문화의 글로벌 성장은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K문학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문체부도 국제 문화 교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들어 기존 해외문화홍보원을 본부조직인 ‘국제문화홍보정책실’로 확대 개편했다. 앞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달 28일 청년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우리 문화가 지금 세계시장에서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며 “내년에는 우리 문화와 예술이 국제적으로 훨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문화 국제 교류를 더 늘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제 문화 교류 예산도 대폭 증액된 상태다. 내년 국제 문화 정책 예산은 2228억 원으로 편성됐는데 이는 올해 대비 6% 늘어난 규모다. 이용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류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해외 진출에 대한 국내 요구도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문화 정책 어젠다를 선도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