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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철학·종교·예술·사회 등 다양한 관점으로 '건축' 풀어내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문화진흥부문 본상

EBS '클래스e' 프로그램 제작진

2021년 방영된 EBS 프로그램 '클래스e'에서 중세철학자 박승찬 교수가 '중세의 위대한 유산'을 주제로 고딕 건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EBS




‘욕망의 역사, 아파트’, ‘빛의 마법, 고딕 건축’, ‘성당, 천상의 전례와 공간’. 한국교육방송공사(ESB)의 대표 시사교양 프로그램 ‘클래스e’가 다룬 건축 강연 콘텐츠의 제목이다. 건축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역사와 철학, 사회, 문화, 종교, 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접근해 풀어냈다. 이를 위해 이지연 프로듀서(PD)를 필두로 한 제작진은 역사책부터 건축 관련 전공서까지 수 백 개의 참고서적을 밤낮으로 파헤치며 시청자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지난 2020년부터 4년간 총 6200여 편에 달하는 강연 콘텐츠를 제작·방송했고, 그중 건축 관련 콘텐츠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건축 문화 진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6월 방영된 ‘공간의 역사’는 빅뱅부터 인터넷 가상 공간의 출현까지 인류에게 큰 영향을 준 시대적 사건들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공간의 역사를 집중 조명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스타 건축가 유현준 씨가 강연자로 나서 왜 건축을 얘기하는 데 공간을 말해야 하는지, 인간의 문화적 공간인 건축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등 새로운 관점으로 시사점을 던진다.

주제가 건축이라고 해서 건축가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중세철학 전문가 박승찬 교수가 강연자로 나선 ‘빛의 마법, 고딕 건축(2021년)’ 편이 대표적이다. 박 교수는 고딕 성장의 빛을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고, 당시 건축가들의 기술적 혁신과 예술적 감각이 어떻게 고딕 성장을 탄생시켰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아울러 고딕 성당의 빛이 어떻게 방문객들에게 영적인 경험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전달했다. 특히 서양 건축의 르네상스기인 중세 건축 유산들을 철학의 관점에서 분석해 건축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닌, 건축가들의 사상이 담긴 창조물이라는 점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건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기회를 마련했다.



‘욕망의 역사, 아파트(2021년)’는 클래스e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축 관련 콘텐츠다. 한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주제임과 동시에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도 작용하는 ‘아파트’를 주제로 다뤄야 했기 때문이다. 고(故)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가 연사로 나서 일제강점기에 국내에 처음 도입돼 보편적인 집이 된 아파트 100년의 역사를 통해 주거문화 변천을 살펴보고, 왜 아파트를 욕망하게 됐는지 명료하게 분석했다. 특히 아파트 공간이 어떻게 계층과 계급을 반영하는지에 대한 고찰은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축을 주제로 동서양도 넘나들었다. ‘성당, 천상의 전례와 공간(2023년)’ 편을 통해 서양 건축의 정수이자 인류 건축사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성당 건축 양식의 변천사를 소개하고, 공동체를 위해 열린 공간이 되기도 하는 건축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반면 같은 해 방영된 ‘삶이 닮긴 공간, 한국 건축의 역사’에서는 건축물에 축적된 선조들의 지혜를 발견하고,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조화와 집합’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되새기며 한국 건축의 위상을 재조명했다. 이밖에 올해 방영된 ‘명사들의 정원’ 편에서는 건축을 한 사람의 철학이 닮긴 공간으로 바라보고, 그 공간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구성 요소인 정원을 꾸미며 심신을 수양한 세계적인 명사들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공간을 가꾸는 행위가 인간에게 어떤 효용 가치를 주는 지를 알아보고, 공간이 주는 힘에 대해 조명했다.

이지연 PD는 “건축에 대한 정확한 지식 전달을 위해 한국건축문화진흥에 이바지한 인물들을 우선 선정하는 등 출연진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중들이 건축의 관점을 넓힐 수 있도록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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