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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연구원 AI세미나] "AI, 일자리 안 뺏는다…업무효율 향상 도와"

"고용 부정적 영향 없다" 강조

대기업 AI 도입비중 40% 추정

해고 판단 등 규범 정당성 우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이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AI 시대의 노동을 주제로 한 개원 36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노동연구원




인공지능(AI)이 아직 우리나라 산업 현장 인력을 줄이는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현장의 업무 성과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이견이 없다. 더 시급한 문제는 AI 시대에 맞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노사 관계와 제도 마련이라는 조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AI 시대의 노동’을 주제로 개원 36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의 핵심 주제는 AI가 노동시장을 어떻게 바꾸고 우리가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였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안젤리카 살비 델 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자문관은 “현재 AI 활용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근로자의 업무 성과와 일자리 질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분석은 장지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수치로 뒷받침했다. 전체 취업자 중 약 15.9%가 AI 영향권에 있다고 추정했다. 장 연구위원은 “기업의 구인 광고 현황 등을 볼 때 전체 사업체의 4~5%는 AI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종업원 10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는 도입 비중이 40%로 추정된다”고 했다.

노세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AI 도입 기업 근로자 42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근로자의 AI 활용 현황을 살펴봤다. 근로자가 AI를 사용하는 주목적은 업무 시간 절약으로 나타났고 사용 빈도는 일주일에 한두 번으로 조사됐다. 반복적이거나 고숙련 과업에 한해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노 연구위원은 “AI를 활용하는 근로자는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노동강도가 낮아졌다는 평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AI를 활용하는 현장에서 노사 모두 아직 인력 대체에 대한 준비나 불안감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AI 시대 우려는 어떻게 노사 관계를 형성할지로 지적됐다. 양승엽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판단하면서 위법이 발생할 시 AI에 책임을 묻는다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보호하는 노동법 설계와 맞지 않게 된다”며 “인사노무와 해고의 정당성을 AI가 판단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게 규범적으로 옳은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사는 AI 시대를 두고서도 규제의 완화와 강화 필요성을 두고 부딪쳤다.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1본부장은 토론자로 나서 “AI를 통한 정보 수집과 노동 통제는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지만 사회적 규제는 미흡하다”고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반면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우리는 경쟁국보다 높은 노동시장 경직성이 신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며 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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