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목소리가 담긴 음성 파일을 공개하면서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 당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파장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전언이 아닌 윤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된 만큼 야권도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이는 모습이다. 추가 녹취 공개 가능성까지 열어둔 민주당은 11월 2일 장외 집회까지 논란 키우기에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고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 대표와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며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했지만 이 의원은 “양두구육을 넘어서 이제 인면수심을 하려고 하느냐”고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국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윤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공천 거래가 있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자 헌정 질서를 흔드는 위중 사안임을 입증하는 물증”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에는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음성이 담겼다.
박 원내대표는 녹음 파일 확보 경위에 대해 “민주당 공익 센터에 들어온 제보”라고 했다. 거짓으로 밝혀진 ‘청담동 술자리 의혹’ 논란을 고려한 듯 파일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도 “당에서 책임지고 확인했다”고 자신했다.
민주당은 명 씨가 지인에게 통화 당시를 설명하는 녹취도 별도 공개했다. 박 원내대표는 “다른 녹취에는 윤 대통령의 불법이 김건희 여사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는 내용이 수두룩하다”며 추가 물증 공개까지 예고했다. 당장 11월 1일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벌이는 만큼 또 다른 녹취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의 음성이 담긴 녹취가 공개되자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에서는 특검을 넘어 탄핵·하야 등의 단어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다만 녹취를 공개한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절차 착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민이 판단하실 일”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재명 대표 역시 “있을 수 없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도 ‘탄핵’을 꺼내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육성으로 공천 개입 정도를 넘어 사실상 공천을 지휘, 지시했다고 보여져 이것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비상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져 파장이 커지자 여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녹취록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추경호 원내대표는 “사무총장 등 당무 쪽에서 필요하면 상황 파악을 더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다만 재보선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윤 대통령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윤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녹취록 중) ‘공관위에서 가져왔다’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대통령 당선인한테 가져가서 보고하는 게 없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여사와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실 다르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당시) 윤 당선인과 명 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며 “명 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해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 “(이 의원이) 최고위에서의 전략공천 결정은 문제가 없다고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어디서 이준석 팔아서 변명하려느냐”고 입장을 내 진실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한편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창원지검은 이날 명 씨의 자택을 약 한 달 만에 다시 압수수색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 김병훈 기자 co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