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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쉬쉬'만 하는 교육계

성채윤 사회부 기자





“우리 애가 고3인데 학교에 대한 안 좋은 얘기가 기사로 나가면 가만 안 둘 겁니다.”

이제는 이런 반응이 낯설지 않다.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취재하다 보면 학교 관계자나 학부모들은 “문제를 키우지 말라” “기사가 나가는 걸 원치 않는다”고 자주 요구한다. 자녀가 대학 입시에 불리해질 수 있다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

학교폭력이나 교원 채용 비위와 같은 민감한 사건을 취재할 때에는 더욱 압박이 심하다. 학교별 적정 음식물 폐기물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급식 운영 방안 개선의 필요성을 알리는 기사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육 담당 기자는 그동안 이런 협박에 못 이겨 기사를 익명으로 처리하거나 아예 내보내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부 문제를 덮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학교만이 아니다. 교육청은 학생이나 교원, 학부모들이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문의한 내용에 대해 기계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문제를 제기한 이들이 비정규직이거나 경력이 적다는 점을 취재에 참고하라고 기자에게 귀띔하기도 한다. 소극적인 답변에 열 번 가까이 같은 내용으로 전화를 돌린 적도 있다. 그럼에도 기자는 ‘장학관·장학사 출신의 교장·교감과 교육청 담당자의 친분이 일 처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뜬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책임지겠다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도 다르지 않다. 국교위는 그동안 전문위원회에서 논의됐던 수능 이원화 및 논·서술형 도입, 9월 학기제 도입 등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될 때마다 기자에게 전화로 “나쁜 기사”라며 국민 혼란을 초래할 만한 것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용 국교위원장이 중장기 교육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싱가포르 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민감하다”며 기사를 내려 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문제를 꺼내고 논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시끄러워야 한다. 문제가 있는 데도 시끄러움을 두려워하며 조용히 덮어두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 받을 수 있도록 더욱 시끄러운 교육계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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